미국에서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기업들이 앞다퉈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하면서 전력이 부족해질 위험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산업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전력이 부족해질 조짐을 보인다.
조지아주에서는 산업용 전력 수요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향후 10년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를 최근 17배로 늘려 잡았다.
북부 버지니아에 새로 들어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전부 공급하려면 대형 원자력발전소 몇 개분의 전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전력 수요가 급증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산업이다.
AI에 필요한 대규모 컴퓨터 장비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잡아먹는다고 WP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필요한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부지를 찾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채굴도 전력 소비 증가의 원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내 2천700개 데이터센터가 2022년 미국 전체 전력의 4% 이상을 소비했으며, 2026년에는 6%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 기업들은 인터넷 기반 시설이 탄탄하고 기술 인력이 풍부하며 정부 보조금이 매력적인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들이 전력 공급이 가능한 지역을 모색하면서 과거에는 컴퓨터 산업과 별 관계가 없었던 미국 중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심지어 옥수수밭에 지으려는 기업도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데이터뱅크가 애틀랜타에 다섯 번째 건립할 데이터센터 조감도. 데이터센터 제공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끌린 기업들이 미국에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을 지으려고 몰려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첫 2년 동안에만 150여개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공장들을 전부 들어서면 전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한 조사업체에 따르면 미국에서 앞으로 5년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가 거의 두배로 늘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주에서는 전력 수요 증가세가 예상을 벗어나자 의회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지아주 당국은 주에 새로 들어서는 재생에너지 기업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면서 기존 전력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기업들은 조지아주에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관련 공장을 지으려고 몰려들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조지아주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화큐셀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전경. 한화큐셀 제공
전력이 충분하다고 해도 공장을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2013년 약 4천마일의 송전선을 깔았지만, 지금은 1년에 1천마일을 설치하는 것도 버거워한다.
발전소와 공장이 서로 다른 주에 있을 경우 누가 전력망 구축 비용을 대느냐도 논란거리다.
이에 일부 기업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은 데이터센터와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현장에 설치하는 소형 원자력발전소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소형 원자력발전소나 핵융합 모두 미국에서 상용화된 적이 없다.
전력회사들이 화력발전소 수명을 연장하려고 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는 것도 부작용이다.
캔자스, 네브래스카, 위스콘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전력 소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늦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