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소도지 포크베크 출신인 라세 슈톨라이는 2022년 8월 집을 떠나 기차에서 먹고 자고 일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그는 5천888유로(약 6천450달러)에 1년 동안 독일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월세 계약을 대신했다. 36L짜리 배낭 하나만 메고 시작한 기차 생활은 처음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밤에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낮에도 계속 졸았다. 기차를 놓치기도 하고 어둠 속 낯선 역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매일 야간열차를 타고 기차가 오지 않아 계획을 급히 변경해야 할 때도 있다”며 계획을 정확히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4시간 내내 기차 안에서만 지내는 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와 기분에 따라 행선지를 정한다. 바닷가나 알프스의 휴양지로 떠나기도 한다.
1년 5개월 동안 기차로 이동한 거리는 57만㎞를 넘는다. 지구를 14바퀴 도는 거리다. 백수처럼 보이지만 쾰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한다.
라세 슈톨라이. 라세 슈톨라이 홈페이지
그는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며 자신을 ‘디지털 노마드’이자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짐이라고는 옷가지 몇 벌과 담요 정도가 전부인 그는 “노트북과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기능이 있는 헤드폰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톨라이의 기차 생활은 최근 몇 년 새 치솟은 주거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제스멘델스존연구소(MMI)에 따르면 쾰른에서 공유주택의 방 한 칸을 임대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2022년 여름 월 475유로(약 520달러)에서 1년만에 550유로(약 602달러)로 1년간 15.8% 올랐다. 슈톨라이가 기차 티켓을 포함해 쓰는 생활비는 1년에 1만유로(약 1만1천달러) 정도라고 한다.
일간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는 그의 생활을 소개하며 “창의적이고 독특한 해결책”이라며 “돈이 많지 않은 젊은이들이 대안적 주거전략을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