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라는 책은 약 5천년에 걸친 오랜 역사 속에서 유대인 랍비와 현자들이 일구어낸 지혜 창고라 할 수 있다. 거기 나오는 문장 중에 ‘돈은 잃는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두 다 잃는 것이다’라는 것이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다. 요즘 내가 건강에 옐로카드를 받았기에 더욱 더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애틀랜타한인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멀리서 지켜보는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그동안 가까이서 한인회를 위해 나름 헌신적으로 응원하고 봉사한 분들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국인들에게 유독 많은 병이 ‘홧병’이라고 한다.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한국 사회였기에 마음의 병이 깊어져 생기는 병이 홧병이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마찬가지 인 듯하다. 한인사회를 걱정하는 일부 사람들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요즘 한인회 사태를 ‘그러다 말겠지’ 하며 무시하거나 관심 두지 않는게 건강에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바로잡고 싶은 것도 많은데 어디에도 쏟아놓지 못하고 참고만 있다면 마음의 병은 더 깊어질 것이다. 한인사회 발전도 물론 기대하기 어렵다.
누구나 알다시피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한인사회 대표단체라 할 수 있는 한인회의 위상은 33대, 34대를 거치면서 오히려 계속 추락해왔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여긴 많은 사람들이 지난 35대 이홍기 회장 취임과 함께 실추된 위상을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많은 애를 썼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35대 한인회 역시 리더십과 소통에 문제는 있었지만 많은 봉사자들이 한국인의 미덕인 ‘인내’로 버텼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려왔다.
그러던 차 이홍기 한인회장의 연임으로 36대 한인회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문제들이 폭발했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인회 보험금 전용 문제도 그 선상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는 소통부재였다고 생각한다. 한인회 지도부가 좀 더 활발히 소통하고 매사를 투명하게 밝혀왔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함께 일했던 많은 봉사자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시민의 소리’라는 인터넷 소통 창구까지 만들었을까.
홧병에는 소통이 특효약이다. 더구나 요즘은 디지털 시대를 넘어 AI시대 아닌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로도 얼마든지 더 활발히 소통할 수 있다. 한인회 관계자들뿐 아니라 한인들끼리도 가식 없는 소통으로 양보와 배려, 이해와 응원의 마음을 길러간다면 우리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더 성숙하고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