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 사전투표에서 비밀 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BBC와 모스크바타임스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4개 지역에서 지난 10일부터 진행중인 사전투표 모습을 보도했다. 15~17일 사흘간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 앞서 먼저 투표가 진행되는 곳들이다.
이 과정에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투표함에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넣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았다. 선거 관리 직원들과 무장한 군인이 바로 앞에서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11일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러시아 대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방문한 가운데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이동식 투표함에 접지 않은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로이터
유권자들은 투표소로 갈 필요가 없다. 무장 남성과 동행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가지고 집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방문 중에 지역 주민들을 촬영하기도 한다.
자포리자 주지사 이반 페도로프는 BBC에 “군인을 대동한 러시아인들이 집에 찾아와 푸틴에게 투표할 것인지 묻는다면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라며 “모두가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시민들이 푸틴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헤르손 지역의 한 주민도 “유권자 명부와 투표함을 들고 있는 지역 주민 두 명과 기관총을 든 군인 한 명이 있는데 무슨 선거인가.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코미디 쇼일 뿐”이라고 했다.
11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한 여성이 아파트 밖에 있는 이동식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성호를 긋고 있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