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 총격 참사 희생자 8명 중 6명 여성
이민 커뮤니티 전체의 트라우마로 남아
아시안도 총기 폭력, 증오 표출 악순환
2021년 3월 16일 백인 로버트 애런 롱이 아시안 스파·마사지숍 3곳에서 벌인 총격 난사로 살해한 8명 중 아시아계 여성만 6명이다.
‘Stop AAPI Hate'(아태계 혐오 멈춰라)’ 공동설립자인 러셀 정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는 최근 가진 줌 화상 인터뷰에서 “반아시아 혐오 정서는 여성과 노인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고 밝혔다. 증오 범죄는 대체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지만, 아시안 대상 범죄는 범행이 비교적 용의할 것으로 보이는 약자들에게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러셀 정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는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반 아시안 범죄는 약자에 집중된다” 고 분석했다.
2021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국 출신의 84세 노인이 산책 도중 공격을 받아 숨졌고,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에서는 91세 노인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모두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같은 해 발생한 사건들이다. 정 교수는 “자체 조사 결과, 손자와 산책하는 한인 노인에게 가해진 언어 폭력도 빈번히 보고됐다”고 밝혔다.
노인과 여성에 가해지는 범죄는 증오범죄가 아니라 가해자의 심신미약, 충동성으로 인한 우발범행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스파 총격범 애런 롱에 대해서도 체로키 카운티 법원은 증오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종신형을 언도했고, 풀턴 검찰은 증오범죄로 기소해 사형을 구형하는 등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무르타자 하자 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지부 대표는 지난 9일 가진 스파 총격 사건 3주기 추모식에서 “최근 발생한 조지아대학(UGA) 간호대 학생 피살 사건 역시 여성혐오의 단면”이라며 “정치권은 용의자가 불법 이민자임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사건 이후 정작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은 이민 커뮤니티의 여성들이다”라고 지적했다.
무르타자 하자 비영리 법률정책센터 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지부 대표가 9일 스파 총격 사건 3주기 추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과 노인을 공격하는 혐오범죄는 소수계 집단 전체의 트라우마가 된다. 정 교수는 “뉴스, 소셜미디어 상에서 드러나는 아시안 대상 범죄는 나의 할머니, 딸, 아들이 당한 것과 같은 정신적 착시를 가져온다”며 피해의 확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총기 폭력에 크게 노출될수록 아시안 커뮤니티 역시 총기로 증오를 표출하는 ‘미국적’ 경향이 짙어진다. 사회 갈등이 가장 극단적 형태의 폭력인 총격으로 드러나는 사례는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적지 않다. 지난 1월에는 시카고 호프만 시 염모씨의 가정에서 말다툼 중 총격이 벌어져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 교수는 2022년 중국계 미국인이 대만 증오범죄로 캘리포니아의 대만 교회에 총기를 난사한 사건을 언급하며, “시민의 총기 소유를 엄격히 금지하는 국가에서 온 아시아계가 서로에게 총을 쏜다는 것은 총기 폭력이 보편화됐다는 더 큰 심각성을 드러낸다”라고 단언했다.
취재, 사진 /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