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가네스’나인투파이브’ 코디네이터 인터뷰
박순정(74), 현정 그랜트(51), 김선자(69), 유영애(63), 다오유 펭(44), 샤오지에 얀(49)
모두 2021년 3월 16일 애틀랜타 지역 스파에서 일하다 숨진 여성 이주노동자다.
1973년 설립된 여성노동자 권익단체 나인투파이브(9to5)의 티파니 가네스 애틀랜타 지부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는 지난 11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이 일했던 스파와 마사지숍은 아시아 여성의 신체와 문화적 특성을 노골적으로 전시하는 산업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민자이고, 여성이자 엄마인 이들은 직업 선택 폭이 넓지 않다. 주로 여성들만 모여 있는 네일숍 등 ‘게토화된’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가네스는 “산업계가 이국적인 아시안 여성의 이미지를 적극 상품화한 결과, 고객은 자신의 왜곡된 고정관념을 충족시키기 위해 직원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티파니 가네스 나인투파이브 애틀랜타지부 코디네이터
“종교적 신념과 충돌하는 유혹을 제거하고 싶었다”고 발언한 애틀랜타 스파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의 진술에서 스파업소에서 일하는 아시안 여성에 대한 편견이 주된 범행 동기였음을 알 수 있다. 러셀 정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는 “아시아 여성이 백인 남성을 비도덕적으로 유혹한다는 과대망상에 더해 아시아계가 미국에 불법적으로 ‘침입’해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위협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인투파이브에 따르면, 스파 총격 전후 애틀랜타 시의회 공청회에서는 실제로 “아시아계 스파 산업이 지역 커뮤니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근거로 비즈니스 개업과 운영에 반대하는 시민 의견이 제기됐었다. 가네스는 “도덕적 직업과 비도덕적 직업의 경계가 명확한 사회에서 ‘나쁜 사업장’에 종사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투영된 낙인에 의해 노동권이 침해받더라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가 노동자 권익 보호에 적극적인 주가 아니라는 점도 여성 이민노동자를 압박하는 위험 요인이다. 조지아주는 민간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제정돼 있지 않아 노동권 침해를 받으면 연방 법원에 구제를 요청해야 한다.
또 조지아의 최저임금은 연방 기준 7.25달러보다 낮은 5.15달러다.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65%가 여성이다. 팁을 받는 사업장 종사자는 더 낮은 2.13달러의 최저임금을 받는데, 이들 중 41%가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함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나인투파이브는 밝혔다.
가네스는 이주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적인 농민운동을 이끌었던 1965년 캘리포니아주 필리핀 농장 노동자 파업, 국제여성의류노동자연맹(ILGWU)이 정당한 휴일 수당과 추가근무 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1982년 일으킨 의류 노동자 파업은 모두 이주노동자의 역사다. 그는 “노동조합이 발달하지 않는 남부의 경우, 특히 노동권은 백인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주노동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