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주 시드니 태권도장에서 한인 일가족이 피살된 사건 관련, 범행을 부인하던 용의자 태권도장 관장이 다수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SBS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호주 시드니 노스 파라마타 지역의 한 태권도장에 다니던 7세 아이와 엄마가 태권도장에서, 아이의 아빠도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조사 결과 세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불시에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아이가 다니던 태권도장의 관장 유광경(49)으로, 지역사회에서 성공한 한인 태권도 관장으로 ‘마스터 라이언’ ‘라이언 유’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유씨는 시신이 발견된 전날인 지난달 19일 태권도 수업을 들으러 도장에 간 아이와 엄마를 도장 안쪽 방에서 각각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후 피해자의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 집에 찾아가 아이 아빠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유씨는 살해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지만, 정체불명의 누군가로부터 주차장에서 습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현재 유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현지 교민과 수강생, 학부모는 유씨가 일가족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병원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과거부터 유씨는 자신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호주 국가대표 출신이자, 호주 유명 매쿼리대 석좌교수라고 소개하고 다녔다고 한다. 또 태권도장 홈페이지에는 그가 10대 때부터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으며 한국과 호주에서 열린 여러 태권도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싶다’는 학장의 자필 서명까지 있는 매쿼리대 석좌교수 계약서와 시드니 대학 박사과정은 모두 거짓과 조작이었다고 보도했다. 국기원 관련 서류는 사실이었지만, 그가 홈페이지에서 주장한 대로 8단이 아니라 4단이라고 전했다.
현지인은 그가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줄 정도로 열정적이고 존경받는 사범이었다며 억울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유씨에게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이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제보도 있었다.
유씨는 호주로 건너간 지 얼마 안 된 이민자, 유학생들에게 수시로 ‘쌍둥이 동생이 있다’ ‘호주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부모가 재력가다’ ‘아내가 변호사’ 등의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였으며, 과거 그를 고용한 태권도장 관장은 유씨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해당 관장은 “걔를 몇 번 쳐냈다. 1년에 한 번씩 쫓아냈다. 남의 돈 탐내는 손버릇, 학부모와 갈등, 이성 관계로 쫓아낼 때마다 가족의 부탁으로 받아줬으나 습관적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