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재고 보다는 단속 주력
음주운전 등 일탈행위 문제도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노태악·이하 중앙선관위)가 미주 등 해외에 파견한 일부 재외선거관의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조사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엄연히 미국의 언론사인 한인 신문사를 한국법에 따라 규제하려는 시도로까지 해석될 수 있어 한인사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근 애틀랜타 중앙일보 등 조지아주 현지 여러 한인 신문사에 ‘한국의 4·10 총선에 해외동포세계지도자협의회 김명찬 이사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적극 지지한다’는 광고가 실렸다.
중앙선관위는 이 광고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지고 나섰다.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해외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비판하는 ‘종이 인쇄물(신문광고, 전단, 홍보지)’은 원천 금지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애틀랜타에 파견된 김낙현 재외선거관이 선거법 위반 조사 과정에서 해당 광고를 의뢰한 당사자와 한인 언론사에 강압적 자세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애틀랜타 중앙일보 측은 “김 선거관은 광고담당 직원에게 마치 수사관인 양 ‘공문을 보냈는데 왜 준수하지 않았느냐’며 추궁하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뿐만 아니라 ‘광고비는 얼마를 받았느냐, 담당자가 누구냐, 디자인은 누가 했느냐’는 것까지 캐묻고 본인에게 연락해 자문을 구하라고 엄하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애틀랜타 중앙일보 측은 “한국의 선거제도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선거관이 신문사 직원에게 광고 게재 전 자문을 구하라고 엄하게 지시하는 등 취조하듯 했다”며 “뿐만 아니라 선거법을 위반하면 한인 시민권자라도 한국 입국을 금지한다는 등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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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김낙현 애틀랜타 재외선거관에게 전화하고 음성메시지도 남겼지만 회신은 받지 못했다.
중앙선관위가 재외선거 참여 독려보다 ‘선거법 위반 단속’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LA, 뉴욕, 애틀랜타 등 미국 8개 공관, 캐나다 2개 공관에 파견된 선거관이 재외선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한인사회 여론을 전하는 대신 본부인 중앙선관위 지침만 의식한다는 것이다.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운동을 벌인 LA한인회 제프 이 사무국장은 “선거관들이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게 치중하는 모습”이라며 “선거법 위반 사례 등을 공식 미디어 광고 등을 통해 안내해야할 선관위가 정작 홍보활동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선거법상 한국 정당은 한인사회에서 광고게재나 인쇄물 배포 등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재외선거 참여율이 낮은 이유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재외선거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인터넷, 전화, 말’로 하는 선거운동만 허용하고 있다. 만약 선거법을 위반할 경우 시민권자는 한국 입국이 금지되고, 재외국민은 귀국 시 선거법 위반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중앙선관위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근거한 언론의 대선 후보 지지까지 허용하는 미국 실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미국 법에 따라 법인 등록한 한인 언론사 또는 한인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재외선거관이 조사를 벌이는 행위는 주권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 법무정책연구원은 “한국에서 파견된 정부기관 직원이 파견 국가의 사전승낙 없이 수사 형태를 벌이면 주권침해”라고 전했다.
한편 중앙선관위가 재외공관에 파견한 재외선거관중 일부는 일탈행위 등으로 실효성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해외 투표 참여율 제고를 위해 22개 재외공관에 선거관을 파견하고 있다. 미주에는 전체 22명 중 10명이 파견됐다. 지난해와 올해 재외선거관 1년 체류비는 총 17억 원 이상이다.
2011년부터 미국에 파견된 재외선거관 일탈행위는 반복되어 왔다. 지난 2019년 미국내 해외공관의 재외선거관이 임시직원 면접자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해 중앙선관위 측에서 유감을 표했다. 2012년 LA총영사관에 파견된 재외선거관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2023년 국회에서는 중앙선관위가 어학 성적을 확인하지 않고 재외선거관을 해외에 파견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LA지사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