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국 직원이 소수 그룹에만 ‘1월 예상밖 물가상승 배경’ 이메일 발송
“특정인만 민감정보 공유하나” 의혹 확산…노동부 “슈퍼유저 없어” 해명 진땀
미국의 물가 통계를 담당하는 직원이 섣불리 보낸 한 이메일 탓에 정부가 통계 관련 민감한 내부 정보를 어느 선까지 공유하는지를 두고 월가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말 노동부 노동통계국의 소비자물가 담당 부서 소속의 한 이코노미스트가 정부의 물가지수 산정 방식과 관련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세부 정보를 담은 이메일을 소수의 전문가 그룹에 발송하면서 비롯됐다. 그에 앞서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은 시장 예상(2.9%)을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였는데, 예상 밖의 주거비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월가 전문가들은 1월 중 주거비가 왜 갑작스럽게 튀어 올랐는지 혼란스러워했고, 일부 전문가는 노동통계국에 배경 문의를 하기도 했다.
문제의 이메일 발송 사건은 그 이후 벌어졌다.
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메일에서 정부의 주거비 지수 산정 방식에 기술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계 담당 공무원이 통상 신중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달라진 원인을 찾고 있던 여러분 모두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메일을 받은 전문가들은 1월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웃돈 것이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지수 산정방식 변화에 따른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었다는 통계담당 정부부처의 내부 분석이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기존에 예상했던 경로로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내용의 파급력이 워낙 크다보니 소수의 제한된 그룹에만 발송된 이메일은 순식간에 월가 전체로 퍼져나갔다.
뭔가 잘못됐음을 인식한 노동부가 “현재 자료를 살펴보고 있으며, 주택지표와 관련해 추가로 의사소통할 예정이다. 앞서 보낸 이메일을 무시해달라”라고 추가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이메일 복사본을 구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들이 문서를 구하려고 이미 분주하게 움직인 후였다.
이 사태 후 월가에서는 곧바로 “정부가 민감한 통계 정보를 비밀리에 등록된 ‘슈퍼 유저’에게만 공유하고 있는 것 아니냐”란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부는 실제로 해당 이메일이 약 50명의 제한된 그룹에만 발송됐다고 NYT에 확인했다.
하지만 슈퍼 유저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앞서 배포됐던 이메일은 직위가 낮은 직원이 잇따른 문의에 답변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대응한 ‘실수’였다는 게 노동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물가 지표의 미묘한 변화 하나하나에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통계 관리를 둘러싼 월가의 불신감은 커진 상황이다.
경제데이터 제공업체 하버 애널리틱스의 모린 하버 대표는 “모두 연준 행보에 민감해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노동통계국을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만들었다”라고 평했다.
에밀리 리들 노동통계국 부국장은 “통계국 직원이 이해관계 그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이메일 사태로 크게 당혹했다.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정보공개 정책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번 사태 이후 별도의 설명회를 열고 주거비 산정 방식에 일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물가 변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후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 지표에서 주거비가 일반적인 수준으로 되돌아왔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