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매와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악명 높은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 은퇴자들의 노후 자산을 가로채는 사기 범행에까지 깊숙이 마수를 뻗쳤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를 넘어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은 미국 내 퇴직자들의 노후 생활 및 휴가용 부동산(타임셰어·날짜 분할 이용)을 매입할 것처럼 꾸민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 범죄를 수년 전부터 자행하고 있다.
작전은 비교적 간단하다.
영업 담당자로 위장한 사람이 타임셰어 소유주에게 전화를 걸어 “비싼 값에 당신의 타임셰어 호텔이나 리조트 이용권을 사겠다”고 속인 다음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제반 비용과 수수료 등을 멕시코 은행 계좌로 선입금하도록 유인하는 방식이다.
CJNG는 이를 위해 수십 개의 콜센터를 운영하며 미국과 캐나다의 타임셰어 소유주를 집요하게 노린다고 NYT는 전했다.
때로는 갱단원들이 멕시코 내 리조트 직원에게 뇌물을 주고 고객 정보를 빼돌리기도 한다고 이 신문은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르텔은 일반적으로 자산을 매각해 가족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남기고 싶어 하는 고령의 은퇴자를 꼬드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2022년 10월 캘리포니아주 타호 호수 인근 부동산을 1990년대에 8천 달러에 구입했던 제임스(76)와 니키(72) 부부 사기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ㅈ자
이 부부는 2022년 10월께 “부유한 멕시코 사업가에게 판매 중개를 해주겠다”는 전화에 속아 국경 간 거래 수수료와 벌금 대납 등 명목으로 90만 달러를 뜯겼다고 한다.
제임스는 “당신의 동료가 사건을 해결하려다 멕시코에서 수감됐으니, 그의 석방을 위해 지급 보류 중인 금액을 입금하라”는 거짓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제임스·니키 부부 같은 피해자의 돈은 CJNG 조직원의 멕시코 은행 계좌로 흘러가는데, 페이퍼 컴퍼니로 만든 계좌의 경우 금세 폐쇄되는 등 이유로 송금 이력 등 추적이 매우 어려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연방수사국(FBI)을 인용, 지난 5년 동안 미국 타임셰어 소유주들이 카르텔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사기를 통해 2억8천800만 달러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가족들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 사실을 숨기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3억5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NYT는 추정했다.
이런 범죄 양상은 미국 피해자들의 경우 금전적 문제이지만, 멕시코 내에서는 생사가 달린 치명적인 사안으로 인식된다.
지난해 과달라하라 외곽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8명은 모두 CJNG 콜센터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이들이 어떤 이유로 목숨을 잃었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미국리조트개발협회(ARDA)에 따르면 미국 내 타임셰어 산업은 2022년에 전년 대비 30% 증가한 10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