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일(약 160㎞)을 60시간 안에 주파해야 해 세계에서 가장 힘든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이 나왔다.
24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여성 재스민 패리스(40)는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 마감 시간을 99초 남기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패리스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수의사다.
지난 20일부터 진행된 올해 경기에서는 패리스를 포함해 5명이 제시간 안에 완주했다. 현재 코스가 적용된 1989년부터 지금까지 이 대회 완주자는 20명에 불과하다. 패리스는 이 중 유일한 여성이다.
BBC는 “패리스가 경기를 마치자마자 바닥에 쓰러졌다”며 “극한의 지형은 물론 길이 없는 땅을 헤쳐나가면서 밤새도록 계속 달려야 했다”고 전했다.
1986년 시작된 바클리 마라톤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단 1명의 완주자도 없었다. 20마일(약 32㎞) 코스를 다섯 바퀴 도는 동안 산길을 오르내리고 숲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60시간 안에 어떤 장비 없이 기억에 의존해 달리기 때문에 길을 잃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매년 대회에는 35명만 참여할 수 있는데, 이 대회에서 뛰어야 하는 이유를 쓴 글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참가비는 한화로 2200원 정도다.
이 마라톤은 마틴 루서 킹 암살범인 제임스 얼 레이의 1977년 탈옥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육상선수 게리 캔트렐이 탈옥 후 이틀 동안 수색을 피해 8마일(약 13㎞)을 이동했다는 레이의 말에 자신은 100마일도 갈 수 있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대회 이름인 ‘바클리’는 캔트렐의 지인에게서 따왔다.
패리스는 2019년 268마일(약 431㎞)을 달려야 하는 스파인 마라톤에서도 기존 기록을 12시간이나 앞당기면서 여성 최초로 우승한 적이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