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2021년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1·6 사태) 관련자들을 “애국자”라 부르며 “이들을 사면하겠다”고 호언했다.
1·6 사태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의 극성 지지자들이 의회에 진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당시 의회 경찰관 등 5명이 사망했고,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만 1300명이 넘는다. 트럼프는 당시 이들의 폭동을 부추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도 이들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하이오주(州) 데이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는 1·6 사태 관련자들을 “믿기 어려울 만큼 애국자들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이들을 “인질”이라 일컫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첫날 이들을 사면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최근 들어 트럼프는 이 사태를 부쩍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차기 대통령으로서 내 첫 번째 행동은 1월 6일 부당하게 투옥된 인질들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썼다. WP는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처음 이들을 ‘인질’로 언급한 뒤부터 12월 1회, 1월 5회, 2월 1회, 3월 4회 등 언급 횟수를 늘려나갔다.
트럼프의 이런 과격한 발상과 막무가내식 화법엔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에서 대중의 눈을 돌리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현재 트럼프는 성인물 배우와의 성 추문 입막음 과정에서 선거자금법 위반, 국가 기밀문서 유출, 1·6 사태 선동 등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있다. 법적 위험과 함께 기소된 형사 사건 등으로 4억5000만 달러(약 6057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는 등 각종 문제가 중첩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사태 관련자들을 변호함으로써 (이를 선동한) 자신의 행동을 축소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짚었다. 킴 레인 셰플러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는 부정적인 소송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관심을 돌리기 위해 미 정치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언어의 폭발을 일으킨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