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브리지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 볼 것으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액션 영화에서 나온 것 같아 보였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항만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붕괴는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의 묘사대로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CNN 등 언론의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26일 새벽 시간에 볼티모어항에서 출발한 대형 선박이 다리를 향해 다가갔다.
컨테이너를 갑판 위까지 가득 실은 선박은 마지막 순간에 방향을 틀려고 하지만 결국 피하지 못하고 오전 1시28분께 다리 중앙에 있는 교각을 들이받았다.
교각은 다리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는 하부 구조다.
길이 약 300m, 폭 약 48m의 대형 선박이 들이받은 충격에 교각이 먼저 쓰러지고 그 위의 구조물을 시작으로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
교각 위의 상판이 균형을 잃고 시소처럼 기울다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곳곳에서 철골 구조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면서 끊어지는 데 길이 1.6마일(약 2.6km)의 다리 전체가 물에 내려앉는 데 약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박의 갑판 위로 다리의 부서진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선박의 조명이 꺼지고, 선박과 교량 일부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사고 당시 영상을 소개하던 CNN 앵커는 “저렇게 다리가 완전히 붕괴진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고 지점의 수심은 50ft(약 15m)로, 날이 밝은 뒤 부서진 철골 구조물이 수면 위로 삐쭉 나와 처참한 몰골을 드러냈다.
철골 구조물이 마치 그물처럼 선박 앞부분에 늘어진 모습도 보였다.
사고 이전에 항구를 가로지르는 교량의 웅장함은 찾아볼 수 없는 단순한 고철 덩어리였다.
목격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는 이런 장면을 직접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듯 “하느님 맙소사” 등을 외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사고를 낸 컨테이너선은 싱가포르 선적의 ‘달리’호로 볼티모어에서 출항해 파나마 운하를 경유, 스리랑카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다.
선박은 사고 당시 약 4천9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한 이 선박은 3만2천t, 290m 크기에 컨테이너 약 9천700개를 실어나를 수 있다. 선주는 그레이스 오션, 용선사는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로 알려졌다.
보통 ‘키 브리지’로 불리는 이 다리는 퍼탭스코 강 하류에 있는 볼티모어 항 외곽을 가로지르는 길이 약 2.6㎞의 대형 교량으로 1977년 개통했으며 695번 고속도로의 일부다.
이번 사고로 양방향 차선이 모두 폐쇄됐고, 볼티모어항을 오가는 선박 통행도 중단돼 큰 혼란과 불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소방 당국은 이 충돌로 최소 7명에서 최대 20명이 물에 빠져 실종된 것으로 보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