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재외투표했는데 이번엔 지역구는 안된다니…” 재외투표 자격 혼란

이중국적 남편엔 지역구 투표 허용
영주권자 부인은 ‘투표 불가’에 황당
한국 주민등록 주소지도 동일 혼란

둘루스에 사는 윤 모씨는 28일 오전 재외선거 투표를 위해 아내와 투표소가 있는 애틀랜타 한인회관을 찾았다. 이들 부부는 이민 생활동안 재외투표에 꾸준히 참여했다.

이중국적자인 그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 2개를 받은 반면, 영주권자인 부인은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아무런 문제없이 투표했는데 왜 이번에는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로부터 “시스템상 지역구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 범위와 구분 기준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윤씨는 투표 현장에서 한국 국적의 아내가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항의했다. “주민등록 말소가 되지 않았으며, 과거 국회의원선거와 대선에서 한번도 문제된 적이 없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또 주민등록상 부부의 주소지가 같다고 덧붙였다.

선거관리위원회 측도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김낙현 선거담당 영사는 “주민등록 관련 사항은 행정안전부의 소관이다. 선관위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명부에서 빠졌는지는 행정안전부 또는 지역 구청에 문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외투표 선거권 행사의 범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재외국민 선거권 행사 범위= 재외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 한국 내에 주민등록이 돼있지 않은 ‘재외선거인’과 되어있는 ‘국외부재자’다.

재외선거인은 한국 국적자로 한국에 주민등록이 없거나 말소되었는데 외국에서 투표하려는 사람이다.

국외부재자는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19세 이상의 한국 국민으로 주재원, 유학생, 해외 취업자 등이 해당되며 이들은 대통령선거,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국외부재자는 ‘재외국민 주민등록자’와 ‘주민등록자’로 다시 나눠지는데, 이중 재외국민 주민등록자는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외국민 주민등록’은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했거나 2015년 1월 22일 이후 국외로 이주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따라서 (보궐선거가 아닌) 임기만료에 따른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 선거에만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재외선거 유권자로 등록할 때 재외국민 주민등록자와 일반 주민등록자 모두 ‘국외부재자’로 등록되기 때문에 투표소에 가서 투표용지를 받고 나서야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에 투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에서 ‘거주지 부재’ 사실이 확인되는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신분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재외선거에서의 선거권 행사 범위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 영사는 “영주권자는 투표하러 올 때 혹시 모르니 원본을 가져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투표용지 모형

애틀랜타 한인회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에서는 내달 1일까지 투표할 수 있다. 몽고메리(1737 Eastern Blvd), 올랜도(5079 Edgewater Dr), 랄리(8905 Ray Rd #1234)의 재외투표소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오전 8시~오후 5시 운영된다. 지역구 후보, 비례대표정당 등에 관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info.ne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