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을 잡으려 하지 않고 좇아가다 보니 이 자리에 왔습니다.”
‘2024 US 커피 챔피언십 대회(US Coffee Championships)’ 한인 최초로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획득한 프랭크 라(36)씨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했다.
커피숍 ‘비 브라이트 커피(Be Bright Coffee)’를 운영한 지 이제 1년 반이 된 라씨는 전국에서 몰려온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을 제치고 지난 17일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라씨는 ‘코다와리’를 주제로 심사위원들에게 커피를 선보였다.
코다와리는 ‘집요함’, ‘집착’을 뜻하는 일본어로,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을 말할 때 주로 쓰인다.
라씨는 “커피를 만들다 보니 완벽한 커피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잡히지 않는 완벽함을 최선을 다해 좇아갈 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대회는 거물급 바리스타들과 함께 경쟁을 펼쳐야 했다.
6명의 최종 후보에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준우승자와 이전 대회의 우승자 및 결선 진출자 2명까지 포함됐다.
15분 안에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시그니처 음료를 제공해야 하는 대회에서 라씨는 ‘디테일’에 승부를 뒀다.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식히는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경쟁자는 얼린 강철볼 위에 커피를 붓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라씨는 옛날 바리스타 대회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느낌으로 직접 에스프레소를 휘저어 식히고 크레마를 추가했다.
또한 시그니처 음료가 나가기 전에는 뜨거운 물수건을 제공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무엇보다도 정확한 ‘플레이버 노트(flavor note)’를 전달한 것이 핵심 포인트였다고 라씨는 전했다.
테이스팅 노트라고도 하는 플레이버 노트는 커피에 대한 정보와 마신 후 느껴지는 맛을 간단히 표기한 것으로 플로럴, 초콜릿, 카라멜 등 종류만 1000가지 이상이다.
그는 “재료의 비율이 조금만 달라도 플레이버 노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전에 들어가기 전 당일 오전까지 계속 수정을 거듭하며 정확한 플레이버 노트를 제공하기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커피와의 인연은 20대 초반이었다.
지난 2010년 UC리버사이드 경영학과를 졸업한 라씨는 경제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그러다 ‘1년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동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된 것이 신호탄이 됐다.
라씨는 “중학교 시절 요리사를 꿈꾼 것이 생각났다. 그때도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좋았는데 커피도 그런 의미에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현재 남가주 유명 커피숍인 ‘코파 비다(COPA VIDA)’에서 일하며 패서디나 지점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었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지난 2022년부터 ‘비 브라이트 커피’를 운영 중이다.
아내 미셸 라씨는 한인 배우 존 조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 ‘서칭’에서 사라진 딸 ‘마고 김’ 역할로 출연한 배우 출신이다.
라씨는 “지난 2013년쯤에 와이프가 가게에 손님으로 왔는데 내가 해준 마키아토를 먹고 당시 트위터에 맛이 없다는 글을 썼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 ‘다시 대접할 테니 방문해달라’고 말했고 그렇게 다시 만난 게 인연이 됐다”며 “지금은 내가 만든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웃음)”고 말했다.
라씨는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며 몇 가지 팁을 전했다.
그는 “그라운드 빈보다는 훌 빈을, 블레이드 그라인더보다는 분쇄도가 일정한 버 그라인더(Burr grinder)를 추천한다”며 “또한 너무 프레시하지도, 너무 오래되지도 않도록 로스팅 되고 일주일 정도 지난 원두를 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LA지사 장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