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자 왼쪽 귀속이 더 아프기 시작했다. 욱신욱신 피가 돌 때 압력이 신경을 자극하니 더 아픈 것 같다. 왼쪽 귀는 소리가 안 들린다. 귀속 상처 자리가 부어서 그런지, 아니면 고름이나 약물이 공기구멍을 막아서 그런지 소리가 안 들린다.
영업시간 후에 가정의에게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겼는데, 친절하게도 의사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귀가 어떻게 아프세요?” “귀지를 후비다가 상처가 난 것 같아요. Neosporin이라는 고약을 상처에 바르고 귀속 더 깊이 그 약을 바르려고 면봉을 더 깊이 넣었는데, 통증이 아주 심하네요.” “진통 약이 집에 있어요?” “예, 타이레놀이 있어요.” “진통제 잡수시고 주무시고 내일 아침 8시반에 병원에서 만나요.”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친절하게 전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고의 시작은 대나무로 된 귀지개로 귀지를 긁어내다 왼쪽 귀구멍에 상처가 생겼다. 팔십 평생을 그렇게 귀지를 긁어냈는데도 전에는 아무 탈이 없었다. 가끔은 면봉으로 긁어 내기도 했다. 귀지개나 면봉으로 귀지를 긁어내지 말라는 이야기도 듣고 읽기도 했지만, 나는 오랜 동안 해오던 대로 귀지청소를 옛 방식대로 했다. 그런데 늙어서 사고가 났다.
피부 상처가 덧나지 않으라고 바르는 고약을 귀속에 발랐다. 그래도 아파서, 약을 귀속 깊이 면봉으로 발랐다. 통증이 내가 겪어본 중에 가장 심한 것 같다. 머리속에서 한쪽을 찢어내는 것처럼 아팠다. “귀지 함부로 후비지 말라는 말 무시하더니 톡톡히 아픈 맛을 봐라. 고집불통 꼰대의 고집을 꺾으려면 심하게 아파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으니, 아주 따끔하게 너에게 알려 주겠다!” 그렇게 느껴졌다.
진통제를 먹어서 인지 잠을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일찍이 가정의에게 갔다. 귀속을 들여다본 의사선생님이 귓속이 상처가 나고 부었다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아침 저녁으로 아픈 귀속에 물약을 넣고 항생제를 먹으라고 했다.
등산 후에 맥도날드에서 이야기할 때 친구들에게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내 한쪽 귀가 안 들린다고 하니, 귀 전문의를 만나보라고 한다. 친절하게도 경험이 있는 분이 자기가 갔었던 병원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려주어 나도 귀 전문의사를 찾아갔다.
전문의는 아픈 귀를 진찰하고 상처가 나서 부었다고 하며 여러 기기를 이용해서 귀 안을 청소하고 귀속에 넣는 물약을 처방했다. 열흘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아파보고 나서야 나는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고분고분 순종하게 되었다.
집에 와서 의사 선생님의 처방 대로 약을 바르며 인터넷에서 귀지를 귀에서 안전하게 청소하는 방법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글들이 있다:
귀지개나 면봉을 귀지 긁어 내려고 쓰면 상처를 낼 위험이 있고 귀지를 귓구멍 뒤로 밀어 넣을 위험에 고막을 상할 위험이 있으니 쓰지 말아야 한다. 할아버지 한 분이 면봉으로 귀를 후비다가 고막에 구멍이 나는 고막 천공이라는 병에 걸려 귀에서 피가 나고 아프고 소리가 안 들리고 앵 소리가 난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지금 내가 그 할아버지 꼴이 되었다.
귀지는 막힘이 없다면 면봉이나 귀지개로 긁어 낼 필요가 없이, 샤워할 때 더운물을 귀속에 흘려 가볍게 씻어내면 된다고 한다. 턱의 움직임이 귀지를 자연적으로 귀에서 빠지게 도와, 목욕할 때 귀속을 씻어주면 된다고 한다.
의사의 처방없이 약방에서 파는 귀지 청소하는 물건들이 여러 개 있다. 딱딱한 귀지를 약물을 넣어 풀어지게 한 후 더운물을 흘려 넣어 귀지를 씻어내는 것 들이다. 귀지 묽게 하는 액체와 더운물을 귀속에 넣게 하는 계란만 한 크기의 고무공에 뾰족한 주둥이가 있는 귀지 청소하는 패키지를 사왔다.
올리브유, 아몬드 유, 코코넛 오일을 따듯하게 데워 귀지가 쌓인 귀구멍의 앞쪽에 발라 귀지를 녹인 다음에 더운 몰로 씻어내는 방법도 소개되었다. 소금이나 식초를 탄 물로 귀속을 씻어내는 방법도 소개되었다.
한국에서부터 귀지개를 써서 귀지를 긁어내는 방법을 미국에 와서도 여태까지 써왔고, 그동안 귀지개나 면봉을 쓰지 말라는 말을 귓등으로 듣다가 큰 아픔을 경험한다. 안전한 귀지 청소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할 단계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