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로 의심되면’→경범죄 등으로 대체
재판서 ‘인종 프로파일링’ 주장도 어려워져
논란의 이민자 단속법안이 결국 조지아주 의회를 통과했다.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이민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법”이라며 의회 결정을 규탄했다.
조지아주 하원은 올해 정기회기의 마지막 날인 지난 28일 찬성 99표 반대 75표로 ‘외국인 범죄자 추적·기록법안’(HB 1105)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서명하면 시행된다.
상원이 법안 일부를 수정함에 따라 하원에서 재차 투표를 거친 법안의 최종 내용에 따르면, 경범죄 용의자가 합법적인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경찰과 셰리프 등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용의자의 체류 신분을 확인하고 지문을 채취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개인의 체류신분 정보는 주 내 모든 공공기관이 공유한다.
법안은 법집행기관이 “권한이 있다(be authorized to)”는 표현 대신 “해야 한다”(shall)는 필수 조항으로 바꾸고 경찰이나 셰리프가 이민자 단속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교도소와 구치소 당국은 이민자 또는 외국 태생 구금자에 대해 정기적으로 ICE에 이민 정보 및 과거 범죄 기록 열람을 요청했다는 분기별 보고서를 작성해 온라인에 게재해야 한다.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지난 2월 첫 표결보다 오히려 찬성 2표가 늘어났다. 다만 인권 침해 우려를 낳으며 독소조항으로 지목됐던 ‘불법 외국인 의심자 체포권’은 개정안에서 빠졌다. 원안은 “경찰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불법 체류자로 의심되는 이를 체포할 수 있다”고 명시해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에 기반한 범죄 수사) 우려와 연방 위헌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스와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서조은 변호사는 “법 집행기관이 수사 과정 중 인종차별 혐의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의적이고 모호한 표현인 ‘상당한 이유’을 여러 경범죄 사례로 대체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제 경찰은 운전 법규를 위반하거나 법원 출석 요구에 불응한 사례에 대해 이민 신분의 합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서 변호사는 “형사재판 시 피의자가 경찰의 인종 프로파일링 여부를 지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한인 이민사회에 더욱 위험한 법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둘루스에 있는 안로펌의 안찬모 대표 역시 “다분히 정치적 의도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민법상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 단기체류자는 신분 증명서를 항시 지참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법으로 현실과 괴리된 지 오래”라며 “합법 이민 신분이라 하더라도 체포, 구금됐을 때 서류를 즉각 제출하지 못하면 장시간 계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민 1세대는 영어 소통이 어려워 경찰의 신분 증명 요청에 제때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는 “범죄 예방 취지와 무관히 지역 경찰의 업무량만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단체들 역시 “이민사회를 옥죄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캐서린 재리-트랜터 라티노인권단체(GLAHR) 대표는 28일 의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어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민자 표적 수사를 늘리려는 정치적 전술”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이미 서로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살인이 일어난 에슨스 시에서 남미 출신 이민자들을 교육하는 우엔치 당은 애틀랜타 저널(AJC)에 “살인 용의자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밝혀지자 가슴이 내려앉았다”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법 시행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시 페트레아(공화·사바나) 하원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조지아대학(UGA) 캠퍼스에서 발생한 레이큰 호프 라일리(22) 살해 사건 용의자로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가 체포되면서 주 의회 통과에 급물살을 탔다. 페트레아 의원은 “지역 경찰로 하여금 ICE와 협력하도록 요구하는 것일뿐,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민사회의 반발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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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