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 진학 대신 용접·배관 등 기술직을 선택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Z세대는 어떻게 공구 벨트(각종 공구를 매달 수 있게 만든 허리띠)가 되어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젊은 세대의 용접·배관공 등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학 등록금이 치솟아 부담이 커진 데 비해 졸업장이 주는 효용 가치는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유효하지 않다는 사회적 흐름과 기술직의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이 있다. 용접이나 배관 등 업무가 높은 수익을 안겨주면서 기술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사라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과거에는 종합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곧 삶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비싼 등록금을 주고 대학 졸업장을 따도 치열한 경쟁 때문에 질 좋은 일자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반면 기술직 임금은 나날이 상승세다. 지난해 건설직 신규 직원의 임금은 전년 대비 5.1% 오른 4만8089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 분야 종사자 임금 인상률은 2.7%로 3만9520달러에 그쳤다.
급여 분석업체 ADP에 따르면 건설직 신입사원의 연봉 중간값이 회계사,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계 수준을 넘어선 지 이미 4년째다. 연봉 인상 속도도 지난해 서비스직(2.7%)보다 2배 가까이 빨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숙련공이 되는 기간인 5년 정도를 버텨내면 연봉이 억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 훈련 칼리지에 등록하는 학생 수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등록 학생 수는 전년 대비 16% 증가해 2018년 교육 분야 비영리 단체 NSC가 관련 데이터를 추적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설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과 차량 유지 보수 등 업무를 배우는 학생도 각각 23%, 7% 늘었다.
지난해 가을 미국의 한 직업훈련학교에서 9개월 과정의 용접 수업을 수료한 태너 버제스(20)는 “대학 졸업장은 못 받게 됐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며 “일반 사무직보다 현장에서 뛰는 게 적성에도 맞고, 약 5년 뒤에는 1억원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의 진로를 찾고 싶어하면서도 대학에 갈 생각은 없는 이들을 위한 현명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