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갈수록 많은 주(州)가 중국인이나 중국 기업의 토지 구매를 막으려고 한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20여개 주가 외국인의 토지 구매를 제한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추진하거나 기존 법을 개정하고 있다.
작년에 15개 주가 외국인의 토지 보유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 총 50개 주의 3분의 2 이상이 이런 법을 이미 제정했거나 추진하고 있으며 이들 주는 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라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이런 법은 보통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적대관계인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국적자의 토지 소유도 제한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중국과 ‘경제 전쟁’을 대선 쟁점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주정부의 공화당도 이런 기류에 편승해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작년 2월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서 발견된 이후 중국이 미국의 주요 기반 시설 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측면도 있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지난달 하원 농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서 “그들은 우리의 식량 공급망 전체를 사들이고 있으며 미국이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 그것은 국가 안보 이슈”라고 말했다.
놈 주지사는 지난달 사우스다코타에서 중국 등 6개 국가의 농지 구매를 금지하는 법에 서명했다.
중국의 토지 구매를 주 단위에서 제한하려는 이들은 연방정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이나 토지 구매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이 그 문제를 해소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하거나 거래 자체를 불허할 수 있다.
그러나 CFIUS는 특정 공항과 항구, 군사시설 주변의 토지 구매만 규제할 수 있어 이 문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연방의회에서도 중국인의 토지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이 4건 발의됐지만 아직 가결되지는 않았다.
폴리티코는 2021년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미국 농지의 3.1%만 소유하고 있고 중국의 토지 보유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없어 이런 입법은 과잉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농지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캐나다와 네덜란드로 각각 0.97%, 0.37%를 갖고 있으며, 중국은 0.0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미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중국인의 토지 구매를 제한하는 법에 대해 “국가 안보의 개념을 너무 넓게 정의해 정치, 무역, 투자 현안을 정치화하면 미국의 시장 환경에 대한 국제 신뢰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의회 일각에서도 중국인의 토지 보유를 무차별적으로 막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지난달 농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치료가 질병보다 나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 전역에서 10여개의 법안이 중국 국적자를 겨냥하고 있는데 중국공산당과 관련됐는지, 토지 보유가 민감한 시설 인근에서 이뤄지는지와 상관 없이 그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