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빌 남쪽 산골짜기 협곡
자타공인 동남부 최고 절경
발 아래 숨 막히는 풍경 장관
30~40분 하이킹 폭포 구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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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다. 춘신(春信)은 화신(花信)이라 했던가. 잎보다 먼저 피어난 꽃들이 다투어 봄을 알린 지도 벌써 달포가 지났다. 어느새 4월도 중순, 조지아 숲은 초록이 완연하다.
지난 3월 하순, 봄바람을 타고 멀리서 벗이 찾아왔었다. 풋풋했던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다. 머나먼 한국서 불원천리 마다치 않고 왔으니 그냥 보낼 수 없었다. 가장 좋은 접대(?)는 이곳 동남부의 내로라하는 명산을 찾아 함께 걷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 중의 하나, 노스캐롤라이나 최고 명소 침니락(Chimney Rock)이었다.
미국 지도를 보면 조지아주 주도인 애틀랜타는 주변 6개 주의 거의 정중앙에 있다. 애틀랜타에 살면 조지아 말고도 앨라배마, 테네시, 캐롤라이나 쪽 명소도 마음만 먹으면 가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가까우면 2~3시간, 멀어도 4~5시간이니 둘루스나스와니에선 아침부터 서두르면 당일로도 어디든 다녀올 수 있다. 침니락도 그중의 하나다.
굴뚝처럼 우뚝 솟아오른 침니락.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어 가파르지만 누구나 올라갈 수 있다.
자타 공인 동남부 최고 절경이라는 침니락은 산 전체가 주립공원이다. 둘루스에선 3시간 정도 거리. 빌트모어하우스로 유명한 애쉬빌 남쪽 핸더슨빌이라는 작은 산골 동네에 있다. 침니락은 불쑥 솟아오른 바위 모양이 마치 굴뚝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침니락 자체 높이는 315피트(96m)이며 해발고도는 2280피트(695m)다.
찾아가는 길은 설악산이나 속리산 들어가는 것같다. 구불구불 산동네를 돌고, 물길 따라 조심조심 가는 길이 왠지 낯이 익다. 압권은 침니락 바위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발 아래로 울창한 숲과 개울같은 작은 강(Broad River)이 흐르고, 강을 따라 예쁜 집들이 동화처럼 늘어서 있다.
침니락 바위 위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건너편 산은 한국의 수락산이나 도봉산같이 높고 기묘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풍광이 기가 막힌다. 눈을 조금 더 들면 그림 같은 루어 호수(Lake Lure)가 멀리 보이고, 아득히 겹겹의 산들이 너울처럼 일렁이며 지평선 너머로 가뭇없이 사라져간다. 그야 말로 눈도 시원, 마음도 시원, 숨이 멎고,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산 아래 도로 입구에서 강을 건너 침니락 공원 매표소까지는 3마일 정도 꼬불꼬불 가파른 길을 더 올라가야 한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나서도 다시 1마일쯤 더 올라가면 침니락 바로 아래 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서부터는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다. 아주 가파르지만 따박따박 올라가면 10분 정도면 누구든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70대 할머니도, 대여섯 살 꼬마도 씩씩하게 잘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계단 오르기가 너무 부담스러우면 바위 속을 뚫고 만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침니락 바로 아래 기념품 가게 옆으로 난 터널을 따라 들어가면 입구가 나온다. 198피트 높이의 승강기는 1949년에 개통됐고, 이후 몇 차례 수리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가끔 운행이 중단되므로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반려견은 같이 탈 수 없다.)
엘리베이터는 침니락 정상 바로 아래 기념품 가게 겸 휴게소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간단히 커피나 스낵을 즐기며 산 아래 전망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침니락 바위 위에 선 필자. 뒤로 호수와 산들이 아득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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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니락 정상은 스무 명은 너끈히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평평한 바위다. 한쪽으론 대형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고, 망원경도 있다. 다른 한쪽에는 온갖 풍상을 이겨낸 소나무 몇 그루가 늠름하다. 정상 어디에서든 큰 숨 한 번 들이쉬고, 두 팔 활짝 펼쳐 들고 발아래를 굽어보면 옛날 천하 명산을 찾아다니며 호연지기를 길렀다는 화랑이 된 것만 같다.
정상 정복의 기쁨을 누렸다면 다음은 조금 걷는 것도 좋다. 숲과 협곡 구석구석 나 있는 트레일은 어디나 훌륭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침니락 바위에서 가장 가까운 히코리 너트 폭포(Hickory Nut Falls) 트레일이다.
히코리너트폭포 트레일 입구.
트레일은 침니락 바위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나오고, 주차장 쪽으로도 연결이 된다. 거리는 왕복 1.5마일로 40~50분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트레일 주변은 다양한 동식물과 바위 등이 있어 자연 생태 학습장으로도 가치가 높다.
트레일 끝에는 404피트 높이의 히코리 너트 폭포가 있다. 폭포 바로 밑에 서면 수직 암벽을 타고 수만 개 구슬처럼 와르르 쏟아지는 물줄기에 넋을 잃는다. 콰르르 콸콸 물소리도 장쾌해서 온갖 잡소리에 찌들었던 귀가 씻기고, 이리저리 복잡 답답했던 마음도 저절로 씻긴다.
히코리 너트 폭포. 수직 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하다.
☞ 여행 메모
침니락 일대는 1992년 영화 ‘모히칸족의 최후’의 촬영지였다. 또 침니락에서 내려다보이는 레이크 루어 호수 주변은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가 열연했던 1987년 영화 ‘더티 댄싱’의 촬영지로 지금도 많은 연인들이 찾는다. 애틀랜타에서 당일 코스로 가능하며, 1박 2일을 계획한다면 가까운 애쉬빌 빌트모어하우스까지 일정에 넣으면 더 없이 완벽할 것이다.
▶침니락 주립공원 입장료 : 1인당 성인 17달러. 15세 이하 8달러, 5살 미만은 무료.
▶주소 : 431 Main St. Chimney Rock, NC 28720.
침니락 주립공원 안내 지도
글·사진=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