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서 “정부에 만족” 응답자 절반 이하…한국 27%뿐
전 세계 19개국 중 11개국에서 강력하지만 비민주적인 ‘강력한 지도자'(strong leader)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긍정적인 시각의 유권자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과 미국, 대만 등 6개국에서 강력한 지도자에 부정적인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그중에서도 한국은 부정적인 의견이 가장 많았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싱크탱크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는 1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민주주의 인식'(PODS)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국은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덴마크, 감비아, 인도, 이라크, 이탈리아, 레바논, 리투아니아, 파키스탄, 루마니아, 세네갈, 시에라리온, 솔로몬제도, 한국, 대만, 탄자니아, 미국 등 19개국이다.
IDEA는 각국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견해에 대해 묻고 그 정도에 대해 답하도록 했다.
감비아, 파키스탄, 시에라리온, 루마니아, 레바논, 인도, 탄자니아, 이라크 등 8개국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더 많았다.
나머지 11개국에서는 강력한 지도자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자가 긍정적이라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이중 한국, 미국, 대만, 이탈리아, 덴마크, 콜롬비아 등 6개국에서 강력한 지도자에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50%를 넘겼다. 특히 한국은 강력한 지도자에 부정적인 응답이 73%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각국 응답률. 빨간색이 긍정적, 파란색이 부정적 견해.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 보고서 캡처
원본프리뷰이와 함께 대체로 현 정부에 만족한다는 유권자보다 불만족이라는 이들이 더 많았다.
19개국 중 17개국에서 절반 이하의 응답자만 자국 정부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자신을 소수자나 저소득층이라고 밝힌 응답자들 사이에서 불만족 답변이 많았다.
한국(27%), 이탈리아(19%), 루마니아(9%)로 정부 만족도가 낮은 축에 속했다.
정부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탄자니아와 인도에서 각각 79%, 59%로 가장 많았다.
‘선거일, 선거 캠페인, 투표집계 과정 등을 종합할 때 가장 최근에 치러진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또는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19개국 중 11개국에서 절반 이하를 차지했다.
‘당신의 경험에 따르면 사법 시스템이 정의에 대한 동등하고 공정한 접근권을 제공하는가’라는 물음에는 19개국 중 18개국에서 ‘항상 그렇다’ 또는 ‘종종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IDEA는 “민주주의 제도들이 국민들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주적 제도의 기반 기관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낮고, 선거 절차의 정당성, 정의에 대한 자유롭고 평등한 접근, 자신의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국민들이 자국 정부 성과에 만족하기보다는 불만족스러운 경향이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이 보고서와 관련 “유권자들이 선거의 공정성에 회의적”이라며 “많은 이들이 강하고, 비민주적인 지도자를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국가에서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에 회의적인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19개국에서 각국 약 1천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2∼4%이다.
앞서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작년 2∼5월 24개국에서 3만여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한국 등 8개국에서 5년 전에 비해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지지가 증가했다.
당시 조사에서 한국은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2017년 23%에서 2023년 35%로 12%포인트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