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대두되는 문제가 치매 문제다. 치매는 뇌의 인지 기능 장애로 인해 일상 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혹은 그러한 질병을 말한다.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질환(Alzheimer’s disease)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주민의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는 노인을 돌보는 가족들과 도우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미국인 평균보다 오래 사는 한인 노인 이민자들의 알츠하이머 질환과, 이들을 간병하는 가족들의 부담 실태는 어떨까. 아직 미국내 한인들만 대상으로 한 연구사례는 없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Stanford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정신건강과 행동과학부 명예교수인 돌로레스 갤러거 톰슨 박사(Dr. Dolores Gallagher Thompson)가 중국계와 베트남계 노인을 연구한 결과는 참고가 될수 있을 것이다.
톰슨 박사는 중국과 베트남 커뮤니티가 겪는 알츠하이머 간병으로 인한 알츠하이머 증상과 그에 따른 병력 및 간병에 있어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먼저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있어 ‘치매’를 인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이다. 한자어 ‘치매’는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 곧 어리석음이라는 한자 2개가 결합된 부정적인 단어이다. 한자어에서도 알수 있듯이, 알츠하이머 등 치매에 걸렸음을 인정하는 자체가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 일종의 사회적 낙인(stigmata)가 된다.
또한 베트남계 커뮤티니의 경우, 노인들이 베트남 전쟁 경험에 따른 전쟁 관련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인다고 그는 분석했다.
뿐만아니라 40-60세의 아시아계 여성은 부모와 자신의 자녀를 모두 돌보는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에 속하며, 간병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경험한다. 따라서 혈통에 따른 무거운 가족적 책임감을 지게 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한다. 30년 넘게 아시아 커뮤니티를 연구한 톰슨 박사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완전히 수용하지 못한 청장년 돌보미들이 다양한 역할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치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치매가 신경학적 조건이며, 정신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과 가족이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가족에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 행동에 스트레스 없이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 가족 구성원으로 포함시키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공중보건부(CDPH) 주도로 ‘알츠하이머에 맞서다’ (Take on Alzheimer’s) 캠페인을 시작하며, 알츠하이머 징후 파악, 진단 후 취해야 할 조치 등에 대해 교육하며 이 병에 대한 ‘낙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DPH 소속 의사 루시아 아바스칼 박사(Dr. Lucía Abascal)는 “인구가 점점 노령화되면서 알츠하이머 질환자도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유색인종 커뮤니티는 이 질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아바스칼 박사는 “알츠하이머 진단 시기가 빠를수록 치료 방법이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츠하이머 질환자로 진단받으면, 그에 따라오는 낙인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그는 “알츠하이머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병일 뿐이다. 사람들이 되도록 빨리 진단, 치료를 받도록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인사회도 알츠하이머 문제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논의해야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