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치안악화 막기위해 조닝 결정권 요구
카운티 재산세 중 시 몫은 미미, 폐지효과 낮아
주민 100만 명이 사는 귀넷 카운티에서 새로운 주민 자치 모델을 실험하는 멀베리(Mulberry) 신도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카운티 정부의 개발 일변도 정책으로 과밀화 문제가 생기면서 일부 주민들은 세금 징수와 조닝 결정권을 갖는 새로운 도시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멀베리 신도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점도 적지 않다. 본지가 멀베리 시와 관련, ‘재산세 없는 신도시 추진’이라는 내용으로 보도하면서 독자들의 많은 문의가 이어졌다.
일부 독자는 한인 사회의 오해가 없도록 정확한 정보를 다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파룩 무굴(민주·대큘라) 주 하원의원과 임수민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인들이 궁금한 사항을 정리했다. 무굴 의원은 척 에프스트레이션 주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함께 멀베리 신도시 법안 발의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주민 자치의 핵심은 ‘조닝’= 430스퀘어마일 크기의 귀넷 카운티는 조지아주에서 면적으로 48번째지만 인구 수는 2위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 16개의 도시로 나눠져 있다. 잘게 쪼개진 행정구역에 또 다른 도시를 추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16일 둘루스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무굴 의원은 “인구와 경제가 성장하는 카운티는 필연적으로 조닝(zoning) 갈등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해밀턴밀 셰킹어 고등학교 인근에 700유닛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려던 카운티 정부의 계획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구 증가에 대응해 대규모 주거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싶은 도시개발국과 교통 체증과 치안 악화를 이유로 과밀화 개발을 원치 않는 교외 주민들이 팽팽히 맞섰다.
▶신도시 추진 3가지 이유= “멀베리 신도시 제안이 나온 배경에는 세 가지 우려가 있었습니다. 과밀화 개발과 교통 체증, 그리고 학군이 우범지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죠.” 실제 해밀턴밀 지역은 인구 유입에 비해 도로 인프라 확장이 뒤처져 교통사고가 잦은 구역이다. 셰킹어, 마운틴뷰, 밀크릭 고교 등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들이 있고, 가족 단위 세대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치안은 가장 큰 주민 관심사다. 이런 주민들에게 사업체 허가와 조닝 권한을 준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무굴 의원은 “비교적 안전한 귀넷 북쪽 교외 지역에서 시민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교통사고”라며 “이는 인구 과밀화와 밀접히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산세·경찰 폐지 효과= 주민 자치권 확보가 신도시 법안 발의의 주된 동기인 만큼, 주민들이 내는 세금도 합의를 통해 정한다. 멀베리 신도시 법안은 주민 동의 없는 재산세 징수를 금지한다. 다만 법안에서 말하는 재산세는 귀넷 카운티 주민들이 부담하는 재산세 전부가 아닌 ‘시 세금'(city tax)을 가리킨다. 둘루스의 임수민 변호사는 “로렌스빌에서 25만달러 가치의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연간 재산세가 3500달러라면, 이중 2000달러가 교육 교부금이고, 시가 걷어가는 금액은 250달러에 불과하다”며 재산세 폐지의 효과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자체 경찰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시 정부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만약 공공서비스 확대를 원하는 주민이 많다면 세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임 변호사는 “자체 시 경찰을 두고 있는 둘루스, 스와니의 경우 범죄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귀넷 카운티의 면적이 넓지 않고, 범죄가 심하지 않아 경찰 배치 여부에 따라 도시별 치안 수준이 차이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달 주민투표로 최종 결정= 조닝과 세금, 경찰 등과 관련, 자치권 강화를 바라는 주민 여론에 힘을 얻어 지난달 주의회를 통과한 멀베리 신도시 법안의 최종 승인 여부는 내달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어번, 대큘라, 브래질턴 지역의 주민 투표로 결정된다. 과반 이상의 찬성 표를 얻으면 내년 1월 새 도시가 공식 출범한다. 둘루스·스와니 북쪽 지역의 더 나은 학군과 안전한 주거지를 찾는 한인들도 한 표를 행사한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