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들이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미국에 왔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 공교육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들 한다. 무엇보다도 교사 부족 현상(teacher shortage)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교사들이 교직을 떠났고, 이러한 현상은 팬데믹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수학, 과학, 언어, 특수교육 등 핵심 분야 교사 부족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학군이 좋다는 한인타운도 이런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LA통합교육구(LAUSD)는 교사 봉급 인상 및 장기근속 교사 보너스 지급, 자기개발 프로그램 등 복지를 강화하고 있으나 교사 이탈 현상은 끊이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웨스트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 공립학교는 교사가 모자라, 타주의 교사가 원격으로 수업을 가르치고 학생이 조교를 맡은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전체에 1만명의 교사가 부족하며, 현재 교사 가운데 20%는 은퇴할 예정이다. 그런가하면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디캡카운티 공립학교는 올해 교사 120명이 부족한 채로 개학했다.
교사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각주의 공립학교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이중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리치 대학(Reach University)은 흥미로운 발상으로 교사 구인난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바로 교사가 아닌 공립학교 내 교직원들에게 교직 교육을 시켜 교사 자격증을 주는 것이다. 학교내 보조원, 식당 직원, 스쿨버스 운전사, 학교내 경찰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이들 교직원들은 공립학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교육에 대한 경험이 있으나, 대학 졸업장이나 교직 이수 학점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교육시켜 교직 학위를 주고 교사 자격시험을 통과시키는 것이 이 대학이 하는 일이다. 이 대학은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주 교육부 등과 협정을 맺고 직장인 졸업생들이 교사 자격 취득후 취직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대학 입학처장 헥터 카마초 주니어(Héctor Camacho Jr.)는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와 사립학교 교직을 거친 후 이 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9년동안 교육받고 10만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쓴 다음에야 교사가 될 수 있었다”며, “교직에 관심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교사의 꿈’을 더욱 쉽게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학 총무처장 리즈 바함 박사(Dr. Liz Baham)는 “많은 교직원들이 교육에 열정을 갖고 학교에서 일하지만, 학위가 없어 교사가 못되고 있다”며 “바쁜 직장인들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수 있도록 학자금 대출 및 교직 안내까지 돕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 대학은 이 같은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받아 2024년도 제임스 어바인 재단 리더십 상(James Irvine Foundation Leadership Award)을 수상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양질의 공립교육을 위해서는 자질을 갖춘 교사가 필수적이다. 교육열 높은 한인들은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딱 알맞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많은 한인들이 영어의 압박과 자격증 취득 방법에 대해 몰라 도전을 포기하고 있다. 미국 교사의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리치 대학을 비롯해 다양한 교직의 길을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한국에서 교직 이수 또는 교사 경험을 살려, 단시간 내에 미국 교사 자격을 갖추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