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들이 자녀들을 위해 미국에 온다고들 한다. 그러나 미국에 오고 나서 가장 놀라는 것이 의료비 문제다. 특히 병원에 오갈 일이 많은 신생아나 5세 미만 영유아들의 부모는 의료보험 및 의료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어린이 무보험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한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지타운 대학 연구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전체에서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0-5세 영유아가 400만명에 달한다. 또한 미국 어린이의 절반은 저소득층 어린이 건강보험(CHIP, 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을 통해 건강보험을 제공받는다. CHIP은 가계 소득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기엔 너무 많지만 의료보험 마켓 플레이스를 받기에는 부족한 아동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각 주정부에서 관리한다.
전문가들은 미국내 0-5세 영유아가 의료보건상 가장 취약한 세대로 꼽힌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색인종 자녀일수록 보험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 메디케이드 또는 CHIP 혜택을 받는 520만명 영유아들 가운데 4분의 3이 유색인종이다.
조지타운 대학 어린이가정센터(Georgetown Center for Children and Families)의 조앤 알커(Joan Alker) 소장은 “메디케이드 자격 재심사(redetermination) 과정에서 혜택을 받는 어린이가 500만 명 감소할 상황”이라며 “메디케이드를 잃는 어린이 가운데 4분의 3은 자격을 갖췄는데도 보험을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디케이드 자격을 잃는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곳은 텍사스와 플로리다주이다. 텍사스주에서는 130만 명의 어린이가 자격 재심사 절차 이후 메디케이드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미국 전체에서 혜택을 잃은 어린이들 중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또한 플로리다주에서는 거의 50만 명의 어린이가 메디케이드 혜택을 잃었다.
어린이 보험 커버리지 상실의 실제 영향은 숫자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비영리단체 어린이 파트너십(Children’s Partnership)의 마리아 알바레즈(Mayra E. Alvarez) 회장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프레스노의 한 스패니쉬 학부모는 아픈 딸을 의사에게 데려갔다가 “보험이 끊어졌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메디케이드 자격 재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알커 소장은 “어린이들은 소득 자격 기준이 더 높고, 다른 보험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어린이들이 절차상 이유 때문에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위기”라고 경고한다. 의료보험이 없는 영유아는 적절한 치료나 백신을 받지 못해 어릴 때부터 병을 키우거나 장애를 가질수 있고, 이들이 만성질환을 가진 채 성장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손실이 된다.
정치권에서도 영유아 보험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예산안과 국정연설에서 “출생부터 6세까지 영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자”고 의회에 제안했다. 연방정부는 구체적으로 최대 9세까지 3년간 지속적인 의료보험 보장 옵션도 제시했다고 앨커 소장은 설명했다.
선거철을 맞이해 정치인들이 많은 공약을 내세우고 정치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아들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메디케이드와 의료보험 관련 공약에 대해서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란한 정치권의 이념과 논쟁에 현혹되기보다는, 정부와 공직자들이 우리 자녀들의 건강과 보험을 위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감시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