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와 다른 삶의 이야기 쓰고 싶어 런 클럽 조직…새로운 영역의 리더로”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 아직은 햇빛이 쨍쨍한 시간이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폰스 시티 마켓이 쇼핑객이 아닌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이키 매장 앞 좁은 인도를 가득 메운 100명의 사람들은 제임스 노(한국명 노재윤)가 이끄는 ‘애틀랜타 런 클럽'(ARC)의 모임에 참석한 달리기 애호가들이다.
‘애틀랜타 런 클럽'(ARC)
이 클럽의 달리기는 2018년 6월 둘루스에서 시작됐다. “매주 좀 더 긍정적으로 살고자” 친구들과 산책로를 뛴 것이 계기였다. 7~8년간 마리에타 한인교회에서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며 지역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교회 밖으로 시야를 넓혔다. 조지아주립대(GSU)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하고 에모리대학원에서 물리치료학을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물리치료사가 됐지만, 퇴근 후 운동 모임을 조직하는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부모는 오랜 공부 끝에 의학 박사 학위를 딴 아들이 정작 본업을 등한시하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 이민 1세대와 다른 삶의 이야기를 풀어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인으로서 운동은 낯선 분야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다”고 밝혔다.
2022년 ‘러닝 USA’ 조사에 따르면 달리기 인구의 과반을 넘는 64%가 백인이다. 오하이오대 조사에 따르면 전국 남성의 44%, 여성의 34%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데 반해, 아시아계의 경우 남성의 12%, 여성의 8%만 운동을 한다고 응답했다.
노씨는 인종과 운동의 상관성에 대해 “신체적 차이가 아닌 대표성의 문제”라고 단언하며 “누구나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주 200~300명이 참여하는 애틀랜타 최대 규모의 달리기 모임을 만든 사람이 한인이라는 점도 그래서 중요하다.
그가 다음달부터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마케터로 일하기로 결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사람이 신발을 신을 때까지 우리의 달리기는 이어진다”는 목표 아래 스포츠계가 소수인종을 포용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애틀랜타 런 클럽'(ARC)
달리기는 ‘멈추지 말라’는 규율을 학습하는 운동이다. 노씨는 “어렸을 적 달리기를 싫어했지만 이제는 강력한 삶의 교훈을 가르쳐줬다”고 생각한다. 구간의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리기에만 전념하는 경험은 그의 삶을 바꿨다. 그는 ‘불가능은 없다’는 표어를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작은 아이디어가 5년만에 큰 비전을 품은 단체로 성장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온 그의 부모는 2002년 아들을 데리고 애틀랜타에 정착했다. 노씨는 하루 전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어머니는 의사와 변호사만이 미국에서의 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도 색다른 배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취재, 사진 /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