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집을 잘못 찾아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에게서 총을 맞고 중상을 입었던 10대 흑인 피해자의 가족이 약 1년 만에 가해자인 집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ABC 방송 등이 29일 전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랠프 얄(17)의 어머니 클레오 내그베는 이날 총격 가해자인 앤드루 레스터(85)와 이 지역의 주택소유주협회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내그베는 자기 아들이 레스터의 부주의와 과실로 인해 “영구적인 상처를 입어 고통받고 있으며, 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됐다”고 피해를 주장했다.
내그베는 주택소유주협회에 대해선 주민들에게 총기 사용의 위험성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고 밝혔다. 또 얄이 총에 맞은 직후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도 전했다.
백인 남성인 레스터는 지난해 4월 13일 캔자스시티에 있는 자택에서 초인종을 잘못 누른 얄에게 32구경 리볼버 권총 두 발을 쏜 혐의로 며칠 뒤 기소됐다.
얄은 사건 당일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동생을 데려오기 위해 이 동네를 찾았는데, 주소를 잘못 보고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레스터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얄은 머리와 팔에 총 2발을 맞아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하지만 총격으로 인해 외상성 뇌 손상(TBI)을 입어 학교 공부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의 어머니 내그베는 전했다.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이번 일이 인종적 동기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이 사건의 ‘인종적 요소’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사건 담당 검사도 이 사건에 대해 “인종적 요소가 있다”고 전했다.
얄 가족의 변호사인 메리트는 레스터의 총격이 “인종적 적대감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사는 어린 흑인 소년이 잘못된 문을 두드려도 범죄를 당하거나 폭력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서 얄의 가족은 “법원이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재정적 보상을 요구했다.
레스터는 기소된 뒤 “누군가 집에 침입하려 한다고 생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보석금 20만 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형사 재판은 오는 10월 7일 시작될 예정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