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에 이어 법 집행 당국도 마리화나를 덜 위험한 마약류로 재분류하기 위한 조처에 나섰다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마약단속국(DEA)은 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 마리화나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몇몇 약물보다 남용될 위험이 적다는 것을 인정할 예정이라고 AP는 전했다.
DEA의 입장이 백악관 승인, 민간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경우 마리화나는 케타민(마취성 물질)과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등과 같은 3등급으로 분류된다.
현재 마리화나는 중독·남용 위험과 의료 효과에 따른 마약류 5등급 분류 체계 중 헤로인, LSD, 엑스터시 등과 함께 의료용으로 쓸 수 없는 1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또 로이터 통신은 DEA를 감독하는 법무부가 마리화나를 3등급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3등급으로 분류된 마약류 사용 시의 처벌 규정은 1등급에 비해 약하다.
3등급 분류가 마리화나를 기호용으로 완전히 합법화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3등급 약물 역시 통제받는 물질로서 관련 규칙과 규정의 적용을 받으며, 허가 없이 거래한 사람들은 연방 차원의 형사 기소를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마리화나의 마약류 등급을 낮추면 판매 기업이 주요 증시에 상장할 수 있으며, 마리화나가 이미 합법화된 캐나다 등의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마리화나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등 합법화로 가는 길이 폭넓게 열리게 된다.
마리화나의 마약류 등급이 최종 하향되려면 백악관의 검토 등을 거쳐야 하지만 DEA의 입장 변화는 중요한 관문을 넘은 셈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10월 보건복지부(HHS)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대마의 마약류 등급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HHS는 DEA에 마리화나를 3등급으로 분류할 것을 작년 8월 권고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워싱턴 DC와 연방 토지 등에서 대마를 단순 소지하거나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은 사람들을 사면하는 등 대마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정책 전환은 11월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젊은 층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AP는 전망했다.
대마의 마약류 등급 하향과 관련, 의료 관련 효용성과 상업적 측면에 대한 기대를 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려도 작지 않다.
대마 성분인 칸나비디올은 뇌전증 환자의 발작 완화에 도움 되고, 대마가 함유된 의약품의 경우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만성통증과 경련, 염증성 장 질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영향을 준다.
그러나 대마는 정신건강 및 인지능력 저하와 연관성이 있어 일부 취약계층에는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