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하고 벌거벗은 나무들도
펑 트여 훤한 겨울 숲도
나뭇잎으로 덥히고 또 덥힌다
작은 손들이 제법 커지면서 나무도 가리고 하늘마저 가리운다
숲이 숲인 것은 덮고 덮는 것이 아닌가?
숲은 지금 녹색 카드 섹션으로 분주하다
그 글씨는 “5월-녹색의 계절”
모든 생명들이 엽록소를 발산하고 녹색 성장을 구가한다
여인이 몸을 가리울 때 아름답고 신비롭듯
숲도 가리울 때 숲다워진다
더러운 것, 추한 것은 가리워져야 한다
자연은 가림과 가리움을 통한 생명의 회전을 계속한다
가리움을 받은 것은 생명의 근원이 되고 가리는 것은 생명의 표정이 된다
꽃이 지고 잎들이 무성해진다
꽃은 아름다운만큼 단명하고 우아한 만큼 그 끝이 추하게 보인다
잎은 애초에 주목을 받지 못하나
봄의 여린 것이 여름으로 풍성하고 왕성해지고
가을에는 현란함의 절정을 보이고 겨울의 안식으로 동면한다
인생의 진면목은 꽃보다 잎에 있지 않은가?
화려하지 않고 빼어나지 않아도 길게 가는 것이 인생 아닌가
길다고 재미 없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호수의 파문처럼 잔잔한 미소 같은 인생이 잎의 성장과 함께 궤적을 한다
5월! 너는 꽃의 제종을 치고 잎들의 축혼가를 연주한다
“기뻐하며 경배하세 영광의 주 하나님…
변함없는 기쁨의 주 밝은 빛을 주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