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비들로 변신한 글동무 여인들을 자랑한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여성 문학회가 회원들의 글을 모아 엮은 ‘잠깐만요! 몽고메리 여인들 이야기’를 출간했다. 책에는 김수지, 영 그레이, 이경하, 성선옥(베로니카), 고정옥, 이은주, 조인선, 채윤아 등 8명의 글동무들이 쓴 시와 수필 총 43편이 담겨져 있다. 회원들은 지난 2년동안 매주 2편씩 애틀랜타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에 게재했고, 그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문학회는 2022년 봄 시작됐다. 몽고메리에 사는 여인들 몇이 모여서 친목도 다질 겸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며 뜻을 모은게 출발점이었다. 수필가로서 오랫동안 애틀랜타 중앙일보에 기고해온 영 그레이 씨는 당시 문학회를 시작한 계기로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뉴햄프셔주로 이사한 친구가) 새로 이주한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매주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하다가 같은 주제로 글을 쓰니 각자의 다른 살아온 배경이 글 속에 녹아서 좋다고 했다. 나도 그런 기회를 갖고 싶어 부러워 했던 것을 둘러 앉은 (몽고메리) 여인들에게 우리도 해 보자고 제안하니 모두 동의했다.”
문학회 모임은 조금 색다르게 진행됐다. “글 주제를 미리 선택하고 생각할 기회를 갖지 않고, 매주 모여서 각자에게 떠오른 단어를 작은 쪽지에 적고 접어 섞어서 그 중에서 하나를 집었다. 그날의 제목으로 선택된 주제로 즉석에서 20분동안 글을 쓰는 것은 도전이며 동시에 자신을 들어내는 힘든 작업이었다. 쓰고 나서 노트를 돌려서 옆의 사람이 글을 읽으면 타인이 읽어주는 내 글에는 색다른 맛이 붙어서 정감이 있었다.”
영 그레이 씨는 문학회를 운영하면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여인들은 생각이 깊다”는 보람을 느낀다. “세상살이에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며 과거와 현재를 잇고, 살며 얻는 깨침을 글로 써서 애틀랜타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서 타인들과 나누었다. 그렇게 아기자기한 인생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관조하는 당당한 여인들이 애벌레에서 아름다운 나비들로 변신하는 과정을 작년 가을부터 책으로 묶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문학회에 참여한 여인들도 나름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김수지 씨는 “삶과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의 과정은 항상 목마름 그 자체였고,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또 다른 여정이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고백한다. 성선욱 씨는 “오늘도 일상이 이야기가 되는 행복을 누려본다”라며 볼펜 소리만 가득했던 몰입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화가인 이경하 씨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림과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깊은 시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또 “내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때는 글 쓰는 게 쉬웠다. 하지만 내 글이 세상으로 나들이를 준비하는 요즘은 그림보다 더 힘이 든다”고 고백했다. 동화 작가 고정옥 씨는 “나는 글이 좋고, 사람이 좋고, 이런 나 자신이 좋아지는 사람이다”라며 글 쓰는 보람을 느낀다.
영 그레이 씨는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쓴 글들은 음정은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 멋진 화음을 낸다. 올 봄 아름다운 나비들로 변신한 글동무들을 자랑한다”라며 책을 내는 소감을 전했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