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받으면 분자 수준 노화 과정 빨라져”
일상생활과 직장 등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차별이 분자 수준의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가속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대 글로벌 공중보건대학원 아돌포 쿠에바스 교수팀은 10일 의학 저널 두뇌 행동 및 면역-건강(Brain Behavior & Immunity-Health)에서 성인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생물학적 노화 관계 조사에서 차별을 많이 경험할수록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쿠에바스 교수는 “이 연구는 차별을 분자 수준 변화와 연결, 노화 관련 질병·사망 차이의 잠재적 근본 원인을 밝힌 것”이라며 “차별 경험이 노화 과정을 앞당기고 질병·조기 사망률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인종, 성별, 체중, 장애 등 정체성 관련 차별을 겪는 사람은 심장질환, 고혈압, 우울증 등 건강 문제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차별과 노화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제기하는 연구도 있으나 차별이 건강 문제나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차별과 노화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1995년부터 25~47세 미국인을 대상으로 심리, 사회적 요인, 건강에 대해 추적하는 미국 중년기 연구(MIDUS) 참가자 2000여 명의 혈액 표본과 설문조사 데이터를 수집했다.
설문에는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무례함 같은 일상적 차별과 경찰관으로부터 신체적 위협을 받는 것과 같은 중대 차별, 직장에서의 부당한 관행 같은 직장 내 차별 등 세 가지 형태의 차별 경험에 대한 질문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어 스트레스와 노화 과정의 생물학적 영향 평가에 사용되는 지표인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의 세 가지 척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차별 경험이 생물학적 노화 촉진과 관련이 있고,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한 사람은 차별을 덜 경험한 사람보다 생물학적 노화 현상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일상적 차별과 중대 차별이 생물학적 노화 촉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장 내 차별은 노화 촉진과 관련은 있지만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층분석에서는 흡연과 체질량 지수(BMI) 두 요인이 차별-노화 연관성에 절반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절반은 코르티솔 증가와 수면 부족 등 다른 스트레스 반응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됐다.
쿠에바스 교수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요인과 생물학적 노화를 연결하는 다양한 과정이 있는 것 같다”며 “이 연구는 건강한 노화를 돕고 건강 형평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