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코스타리카 정부가 10년 넘는 법적 분쟁 끝에 마지막 남았던 공영 동물원을 폐쇄했다.
이로써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가 또는 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에서 운영하던 동물원을 모두 없앤 나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5일 코스타리카 환경에너지부와 스페인 소재 동물보호단체인 ‘FAADA’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수도 산호세의 시몬볼리바르 동물원과 산타아나주(州)의 보전센터 등 시설 두 곳에 대한 폐쇄 작업에 들어갔다.
코스타리카 환경에너지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조처는 동물원 운영자와의 계약 종료에 따른 것”이라는 글과 함께, 사람들이 동물들을 옮기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게시했다.
당국은 두 시설에 있던 동물 287마리를 재활 보호센터로 옮기고서 건강 상태를 살핀 뒤 야생으로 돌려보낼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폐쇄된 두 곳은 코스타리카에 남아 있던 마지막 공영 동물원 시설이다.
특히 시몬볼리바르 동물원의 경우 1921년 설립 후 10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FAADA는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적 순간”이라며 “코스타리카는 세계 최초로 공영 동물원을 두지 않는 국가가 됐다”고 환영했다.
앞서 1994년에 코스타리카 정부는 비영리단체인 푼다주(Fundazoo)에 시몬볼리바르 동물원 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푼다주 측은 미비한 시설 투자와 동물에 대한 허술한 관리 등으로 질타받았다.
일부 동물의 경우엔 2000년대 초반까지 콘크리트로 만든 우리에 갇혀 지내는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비판 속에 정부는 2003년에 푼다주와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지만, ‘이와 관련한 통보를 적법하게 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푼다주와의 운영권 계약은 연장됐다.
코스타리카 환경부는 아예 2013년 야생동물 포획·사육 금지법을 제정해 2014년 공영 동물원 폐쇄 수순을 밟았고, 이에 반발하는 푼다주와의 법적 분쟁 속에 결국 재계약 만료 시점인 올해 동물원 간판을 뗐다.
다만, 코스타리카 내 18개 사립 동물원에는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FAADA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