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여성이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자신의 현대차 차량이 절도 되는 것을 막으려다 총격 피해를 입었다며 현대차 미국법인을 대상으로 낸 소송에서 현대차 측이 이겼다.
21일 블룸버그통신의 법률 리서치 서비스인 ‘블룸버그로'(Bloomberg Law)에 따르면 미주리주 서부연방지법 재판부는 현대차 측이 차량 절도범들의 총격에서 원고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또 총격 자체는 ‘개입 사건’인 만큼 현대차 측이 원고의 부상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원고인 개브리엘 로턴은 자신의 2018년식 현대차 엘란트라가 설계상 결함 때문에 절도에 취약했다며 현대차 측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해당 차량에는 기본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으며, 절도범들이 차량을 빼앗으려 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이를 막기 위해 창문 너머로 소리를 지르다가 총격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피고가 제3자의 행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할 의무 수준을 높여주는 원고·피고 간 특별한 관계를 주장하지 않았다면서, 원고 측의 과실 주장을 기각했다.
또 엄격한 법적 책임 주장도 기각하면서, 설계상 결함으로 지목된 부분 때문에 총격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현대차 측이 원고의 부상을 초래한 일련의 사건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는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현대차·기아의 특정 차종을 쉽게 훔치는 방법을 보여주는 ‘절도 챌린지’ 영상이 확산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일부 모델 도난 사고는 최근 3년간 10배 넘게 늘어난 바 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산하 고속도로손실데이터연구소(HLDI)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와 2023년 상반기 사이 현대차·기아 일부 취약 모델과 관련한 도난 보험금 청구는 1,000% 이상 증가했다.
비영리기관 전미보험범죄사무소(NICB)가 발표한 ‘2023 최다 도난 차량’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현대차 엘란트라와 쏘나타, 기아 옵티마가 미국 내 도난 발생 1∼3위 모델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