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백·풀백·수비형 미드필더 소화 자신…운동·공부 병행
명문 예일대에 재학 중인 2004년생 한인 장서윤이 한국 축구계에 깜짝 등장했다.
텍사스주 댈러스 근처의 프리스코에 사는 장서윤은 두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7세 때부터 오빠를 따라 축구를 시작했다는 장서윤은 FC 댈러스 산하 클럽팀, 론스타고등학교 축구부에서 활약하다가 지난해 9월 예일대에 입학했다.
지금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아이비리그 콘퍼런스에서 경쟁하는 예일대 운동부 ‘예일 불독스’의 일원이다.
학업과 운동부 생활을 병행한 그는 이번 봄학기를 끝내는 마지막 시험을 막 치른 후 펑펑 울었다고 한다. 기다리던 기쁜 소식을 받아서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강원 태백에서 진행된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 소집 훈련에 장서윤을 호출했다. 장서윤의 아버지 장진익 씨가 딸의 플레이를 모은 영상을 협회에 보냈고, 이를 검토한 박윤정 U-20 여자대표팀 감독이 실제 실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해 소집한 것이다.
U-20 여자축구대표팀에 발탁된 장서윤(오른쪽)의 경기 모습. 본인 제공
급하게 학기를 마무리하고 항공편을 찾은 장서윤은 이번 소집 훈련을 통해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박윤정호의 미국 전지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5일 출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국 U-20 대표팀과 두 차례 친선전을 펼친다. 9월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에 대비한 실전 훈련이다.
172㎝ 신장으로 센터백,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비롯해 후방 전 지역에서 뛸 수 있다고 자신한 장서윤이 성장을 거듭한다면 한국 여자축구에 큰 힘이 될 터다.
김혜리, 임선주(이상 현대제철), 심서연(수원FC) 등 국가대표팀의 주축 수비진이 모두 30대 중반인 상황에서 젊은 수비수의 등장은 반갑다.
9월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나서는 여자 U-20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장서윤이 예일대의 선택을 받은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라고 한다. NCAA 소속 팀들끼리 신입 선수 모집 경쟁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대학 입학 몇 년 전부터 관계자들이 전국을 돌며 선수 설득에 나선다.
장서윤은 “다른 학교도 가봤고, 여러 감독님과 이야기해봤는데 (예일대) 코칭스태프와 감독님이 좋았다”며 “실제로 가보니 학교 시설도 좋았고 교정도 예뻐서 예일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부와 운동 가운데 한쪽을 경시하지 않는 교풍이 마음에 들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장서윤은 고등학교 때 선수로 생활하면서 공부를 놓지 않았다.
오전 7시쯤부터 학교 축구부의 아침 훈련을 소화하고 수업을 들은 뒤 오후 4시쯤 학교를 마치면 클럽팀 훈련에 참여했다. 장서윤은 오후 10시쯤 귀가해서 학교 과제나 시험공부를 끝마치고 늦은 밤 잠드는 생활이 일상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미국 전역의 수재들이 모인 예일대에서 ‘공부 압박’이 더 심하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남들에게 지기 싫다는 이유로 선수 생활 중에도 공부에 집중한 그는 예일대에서 첫 두 학기 중 경제 과목에서 B학점을 받았다고 아쉬워했다. 나머지 수업에서는 A학점을 사수했다고 한다.
신경과학을 전공으로 삼은 장서윤은 “지금은 그 분야에 관심이 간다. 축구가 1순위지만 언제까지 축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틈을 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라면 기량 발전을 위해 공부보다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장서윤은 “본인 결정인데, 시간을 잘 쓰면 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 선수는 언제 다쳐서 경력이 끊길지 모른다. 여자축구선수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문제로 경력이 더 일찍 끝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단순히 축구가 좋아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는 장서윤은 “이건 미국적인 생각일 수 있는데, 제일 중요한 건 인생을 그냥 행복하게 살자는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여학생들이 운동을 좋아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각자 하나뿐인 인생을 잘 즐겼으면 한다”며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