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이제 정치역량 구축 시작단계
…우리 스스로 얼마나 많은 파워를 가졌는지 알아야”
샘 박(38·민주) 조지아 주 하원의원은 올해 11월 총선에서 5선에 도전한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귀넷 카운티 로렌스빌 등을 포함한 107 지역구로, 지난 몇 년간 선거구 지도가 여러 번 바뀌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득표율 65% 이상을 얻는 것. 2022년 선거에서 같은 후보와 붙어서 68%를 넘는 득표율로 여유있게 승리했다.
박 의원은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어서 5선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조지아 주 의회에서 거의 유일 하다시피한 아시아계 의원으로 시작해 민주당 원내총무(Whip)까지의 과정을 되돌아 보며 그는 “처음부터 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에 헤쳐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인사회에서 평판이 좋다면 그건 다 어머니 덕분이다. 어머니로부터 믿음(신앙)이 나의 기반이 되도록 배웠다”고 덧붙였다.
디케이터에서 태어나 교회를 다니고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전형적인 한인 이민 가정에서 성장한 박 의원은 변호사가 된 뒤8년 전 정치에 첫 발을 내디뎠다. 조지아 한인들의,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를 만나 정치와 개인적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는 11월 총선에서 주하원 5선에 도전하는 샘박 의원은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거구 개편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2016년 101 지역구에서 처음 당선되고 난 후 2022년에 선거구가 개편되며 107 지역구로 바꾸어 출마했다. 이때도 (공화당이) 나를 끌어내리려고 지역구를 조정했으나 내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영향받지 않았다.
-정말로 박 의원을 노린건가.
“맞다. 그런데 이번에 선거구가 또 바뀌어 나와 내 동료 그렉 케너드 의원과 같은 지역구로 맞붙게 됐다. 그렉은 소식을 듣고 5분도 안 돼서 출마를 포기한다고 결정했다더라. 자신보다 내가 더 영향력이 있을거라면서 내게 양보했다.
그는 내 멘티(mentee)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다. 아직도 화가 나지만, 이게 정치다. 이건 민주당 대 공화당 싸움이 아닌, 미국 시민으로서 한국계 미국인들이 우리의 의석을 차지하는 싸움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5선에 도전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더 높은 연방 의회 등의 공직에 출마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공직에 처음 나서게 된 이유인 메디케이드 확대의 숙제를 끝내기 전까지 떠날 수 없다. 어머니는 2014년에 암 진단을 받고 메디케이드 덕분에 싸울 기회를 얻었다. 메디케이드는 어머니의 생명을 구했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모든 조지아 주민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가 하원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조지아에서 계속 싸울 것이다. 주 하원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연간 약 360억 달러의 예산을 우리 지역사회, 또 우리 이민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는 데 투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2023년 3월 16일 조지아 주청사에서 열린 스파총격 2주년 기자회견에서 샘 박 민주당 원내총무가 총기규제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처음 주 의회에 진출했을 때를 되돌아 본다면.
“2017년 처음 진출했을 때 주 의회에서 내가 유일한 아시안이었다. 흑인과 백인들뿐이었지만, 조지아에서 큰 나에게는 익숙한 환경이었다. 내가 사립 크리스천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다.
내 마음속에는 항상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다’라는 구절을 담고 있다.어머니가 나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가르쳐주신 말이다. 어머니의 가르침 덕에 나는 모든 이들을 사람으로 먼저 볼 수 있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다른 의원들과 공통점을 찾고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나는 지역구 대표이기도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내가 조지아를 위하는 만큼, 이민자들을 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덕분에 나는 양당으로부터, 여러 커뮤니티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조지아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정치에 입문하고 투표율도 높아졌다. 현재 주 의회 아시안 코커스에는 11명의 의원이 있다.”
2024년 5월 조지아주 의회의 AAPI 코커스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샘 박 하원의원. 중앙포토
-한인사회의 정치 역량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정치 역량 구축을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다른 주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정치 역량을 키운 역사를 보면 100~150년이 걸렸다. 그런데 조지아 한인들은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처음 이주하고 김백규, 앤디 김 씨 같은 1세대들이 기반을 다지고 정치 역량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한 세대 동안 일어났다.
이 성장 속에서 나의 역할은 차세대 한국계 미국인들이 공직으로 나가고, 주 정부나 연방 정부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미주 한인들이 유권자로서 얼마나 많은 파워를 가졌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한인 커뮤니티가 더 강력해질 것이다. ‘KAFO(코리안 아메리칸 포 오거나이징) 펀드’처럼 조지아에서도 한인 정치인 및 후보를 후원하는 단체가 생기면 우리의 정치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샘 박 의원이 뷰포드 하이웨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정기의회가 끝나면 무슨 일을 하는지.
“입법부 밖에서는 ‘포지티브 임팩트 헬스 센터스’라는 큰 비영리단체의 법률 자문을 5년 넘게 맡고 있다. 특히 HIV/AIDS를 조지아에서 종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 의회 외에도 헬스케어에 관한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일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들과 보낸다. 나는 내향적 성격이기 때문에 혼자서 하이킹하는 것을 즐긴다. 올해 초에도 셰도나로 하이킹 트립을 떠나기도 했다.
2018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캘리포니아주 옐로스톤부터 몬태나까지 로드트립을 다녀왔다. 어머니와도 자주 산책을 함께했는데, 여행을 통해 감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정치에 입문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단지 내 커뮤니티를 위해 싸우는 것에 열정을 느낀다.”
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