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정치권의 주목할만한 점은 인종별 유권자 분석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들’ ‘바이든을 지지하는 백인들’ 식으로 백인, 흑인 위주로 유권자를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은 유권자를 흑백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라티노계 등으로 촘촘하게 분석하고 있다.
올해 미주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거리다. 아직 한인 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나 여론조사는 없다. 그러나 아시아계(AAPI)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한 여론조사가 최근 실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선거에 한인 여성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알아볼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될수 있어 소개해본다.
3개 비영리단체가 연합해 실시한 Intersections Of Our Lives 여론조사는 지난 3월부터 2주 동안 아시아계, 흑인, 라티노 여성 유권자를 각각 850명씩 선발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보고서는 한국어로도 간행되었으며, 전문은 intersectionsofourlives.org 에서 볼 수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여성 유권자 55%는 “미국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나, 정치인들이 이러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3%는 올해 선거에 있어 물가상승이 가장 큰 문제이며, 89%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아시아계 여성 84%는 “인종 차별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정치 지도자들이 시급히 인종 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인여성으로서 아태계 여성 미국인 포럼(National Asian Pacific American Women’s Forum)의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성연 초이모로우(Sung Yeon Choimorrow)는 “아시아계 여성의 최우선 과제는 사법 제도 개혁, 총기 폭력 예방법 제정 및 유급 가족 병가 도입”이라고 지적했다. 초이모로우 디렉터는 “낙태 문제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아태계 여성들이 낙태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태계 여성들의 투표 욕구는 높지만, 선거로 정치권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게 갖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셀린다 레이크(Celinda Lake)는 “유색 인종 여성들은 막대한 잠재적 유권자층”이라면서도 “여성 유권자들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선거로 인해 정치권이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이들은 후보자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유색인종 여성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투표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여론조사 전문가 로시니 네둥가디(Roshni Nedungadi)는 지적한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은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가 민주당 및 진보진영을 지지한다는 편견을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 아시아계 여성 유권자들은 물가상승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불만을 품고 있다. 정치권은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 표심에 관심을 갖고, 한인들은 선거에 앞서 정치권에 당당히 요구사항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