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노동부, 13세 여자 어린이 장시간 노동 적발
협력업체·인력 대행사 더해 원청에도 책임 물어
주재원 파견 허점…노하우 안 쌓여 기업운영 부실
현대차 “협력업체 책임을 본사에 묻는 것은 부당”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10대 아동을 불법으로 고용해 장시간 노동을 시킨 혐의로 연방 정부로부터 피소됐다. 연방 노동부가 협력사의 노동법 위반을 근거로 원청 업체에까지 법적 책임을 물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부는 30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HMMA)과 두 곳의 협력 회사가 공정근로기준법(FLSA)의 아동 보호 조항을 어겼다며 앨라배마 중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 부품 협력업체로 루번에 있는 스마트(SAMRT) 앨라배마(현 ITAC 앨라배마)와 이곳에 인력을 공급한 베스트 프랙티스 서비스(BPS) 등 2곳도 함께 피고로 명시됐다.
노동부는 아울러 향후 동일한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이익 환수 조치를 요구했다.
몽고메리 루번에 있는 스마트 도장공장. 로이터
소장에 따르면, 금속 주물 공정을 통해 차체를 만드는 스마트 공장에서 13세 여자 어린이가 학교에 가는 대신 최대 주당 50∼60시간 일한 사실이 노동부 현장 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이는 ▶14세 미만 고용 금지 ▶16세 미만 제조업 노동 금지 ▶18세 미만 금속 성형 작업 금지 등의 규정을 어긴 것이다. 통상 제조업이나 건설업 노동자의 산업재해 위험이 가장 큰 것을 고려하면, 노동부는 아동 노동 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은 원청의 고용 책임 소재를 가리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에리카 루스만 연방 노동부 대변인은 본지 질의에 서면 답변을 통해 공급업체나 채용업체의 아동 노동 위반이 1차 기업의 책임으로 귀속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앨라배마 중부 지방법원은 2022년 9월 현대차와 기아 협력사인 부품업체 SL 앨라배마에 아동노동 위반 혐의로 3만 76달러의 벌금형을 내린 바 있지만, 원청인 현대차는 별도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앨라배마, 조지아를 중심으로 20년동안 한국기업의 법률 대리를 맡아온 애틀랜타 넬슨 멀린스 로펌의 이정화 변호사는 “제조업의 특성상 부품 공급 등 물류 흐름과 자본금을 제때 조달하는 시기 등이 맞아야 공장 가동이 가능하다”며 “빠듯한 완공 일정 준수에 치우치다 보면 수천명에 달하는 인력관리 업무의 경우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도급 계약을 맺는 한인 관리자가 미국 노동법이나 합법적인 인력 채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고용 대행업체가 서비스 비용으로 20%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용이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져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한국 책임자가 현지 노동법 규정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한국 법인 책임자 파견이 최장 5년 정도로 짧게 반복되다 보니 기업 운영의 노하우가 쌓이지 못하고 실무적인 실수가 매번 일어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성명을 통해 “공급 협력사의 행위에 대해 본사에 부당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회사는 불법 고용에 연루된 회사와 계약을 종료했으며, 협력사의 노동법 준수 여부를 살피기 위해 독립 감사를 시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