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의 TV토론 앞두고 ‘최대약점’ 불법이민자 문제서 ‘승부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부 국경을 넘어 불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들의 미국 망명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조치를 시행한다고 4일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행정 조치 시행 방침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자가 넘쳐날 때(overwhelmed) 시행할 것이며, 시행시 이민 관리 공무원들은 합법적 미국 체류 서류가 없는 사람을 신속하게 내보내기가 수월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즉, 앞으로 국경 상황에 따라 불법적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입국한 사람은 망명 신청 기회를 얻지 못하며, 신속히 멕시코로 되돌아 가게 될 수 있다.
그동안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 뒤 망명을 신청하면 허용 여부 결정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었다.
다만 이 조치는 영구적이지 않으며, 국경을 넘어 들어온 입국자 수가 시스템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을 때는 시행이 중단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7일간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입국자 수가 하루 평균 2천500명을 넘을 때 조치가 시행되며, 하루 평균 1천500명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중단된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미 남부 국경에서 불법 입국으로 체포되는 사람 수가 2천500명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즉각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 동반자가 없는 어린이, 인신매매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이번 행정 조치는 기록적인 수의 불법 이주민 입국으로 국경 문제가 11월 대선 핵심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수세가 계속되자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책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에 빠르게 늘어난 불법 이민자 문제를 공격 소재로 삼으며, 자신이 재집권하면 남부국경 봉쇄 및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설 뜻을 밝혀왔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가을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등에 대한 지원과 국경통제 강화 법안을 ‘안보 패키지’로 묶어 법제화하려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핵심 공격 소재를 대선 때까지 끌고가고 싶어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중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작용하면서 법제화는 불발됐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후보 TV토론을 앞두고,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통해 불법 입국자가 늘어날 때 차단봉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백악관은 “의회 공화당 의원들이 수십년 사이에 가장 강력한 (국경통제) 개혁안을 두차례 부결시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이날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이민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망명 신청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이번 조치에 대해 설명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