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들이었으면…” 아들 ‘子’ 모양 상자에 몸 구겨 넣는 여자 아이 ‘눈길’
한자 ‘아들자’(子) 모양의 상자에 여자 아이가 몸을 구겨 넣는다. 자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끼워맞추고 싶도록 만드는 옛 인습을 한인 2세 청소년이 대담하게 표현했다. 세 자매 중 둘째인 한인 2세 라벤더 안(밀크릭고교 졸)의 그림이다. 그는 “부모가 원하는 남자 아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아시안학생연합회(ASA)가 지난 1일 ‘2024 열정(Passion) 쇼’를 개최했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청소년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사회 변화를 위한 ‘열정’을 키우도록 격려하는 장학 사업이다.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참사를 계기로 결성된 ASA는 조지아 전역의 교사연합으로 출범, 현재는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비영리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한인 2세 라벤더 안의 작품 ‘아들자’(子)
올해 장학 심사에는 라벤더 안을 비롯, 티미 당, 팀 응우옌, 레나 호 등 7명의 메트로 지역 아시안 학생들이 최종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의 작품에는 복합적인 민족·문화적 정체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색하려는 시도들이 엿보인다. 티미 당은 “깨진 거울처럼 조각난 자화상을 통해 내가 가진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티미 당 학생의 작품들
조아라 ASA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개인정보가 행정기관에 공유되는 것이 두려워 무료 급식 등록을 포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공유하며 “소외된 이민자로서 무엇을 공유할 수 있는지, 무엇을 공유할 수 없는지 불안한 자문을 이어가는 것은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젊은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유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SA는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 및 정체성 연구, 학생 인턴십 등 다음 학년도 장학사업을 위한 모금을 추진 중이다. 목표액은 3만 달러이며, 현재 9580달러가 모였다. 단체 홈페이지(asianstudentalliance.org/donate)를 방문해 기부금을 후원할 수 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