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커머스에 닥터 Y가 샀다는 땅을 구경하러 가려고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탔다. 차 속 GPS에 스와니출발점에서 목적지까지 45분이라고 보인다. 교통체증 속에서 혼자서 차선을 바꾸는 신통한 반 자동 전기차를 타고 하이웨이를 달렸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처럼 그의 대나무 밭에서 죽순이 돋는다고 해서 죽순도 따고, 땅 구경도 하려고 갔다.
“사 놓은 땅이 얼마나 커요?” “10 에이커요. 여기 지도가 있어요.” 그가 운전하며 찾아 꺼내 보여주는 지도를 보니 땅 모양이 정사각형 두개를 붙여 좋은 것 같은 직 사각형이다. 핸드폰 구글에 찾아보니,10에이커는 40,468 평방미터다. 가로가 130 미터 세로가300 미터의 직각 사각형, 축구장 6개정도이다.
차가 비포장 산길로 들어서고, 울창한 밀림 앞에 섰다. 입구를 막아 놓은 쇠사슬 한쪽 끝에 자물쇠를 풀어 걷어내고, 차로 조심해서 큰 나무들이 좌우와 하늘을 덮은 빽빽한 밀림속으로 들어 갔다. 주로 참나무 종류이고 가끔은 소나무도 보인다. 완전 원시림이다. 최근에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흔들거리며 가던 차가 섰다. 거기 판자로 만든 창고가 보인다.
울창한 밀림 속에서 대나무 밭을 찾아 그를 따라갔다. 습지도 지나고 쓰러진 고목위를 걸어서 도랑물도 건너 대밭에 갔다. 하늘이 쭉쭉 뻗은 대나무와 잎으로 가려진 대밭. 어떤 대나무들은 비스듬히 한쪽으로 기울어 졌다. 여기 저기 새 순들이 땅 위에 솟았다. 그가 새순을 손으로 꺾어 나에게 전한다. 팔뚝 같은 새순을 비닐 주머니에 넣었다.
무거운 죽순주머니를 둘러메고 차에 왔을 때 그가 사온 김밥과 음료수를 내 놓는다. 우린 차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점심 먹고 나서, 나무를 한 개 베요. 활동 공간을 만들려고 내가 여기 올 때 마다 나무를 한 개씩 베는데, 오늘도 한 개 베고 갑시다.” “그럽시다.”
그가 차에서 체인 톱 (전기 톱)을 꺼내고, 창고에 가서 자물쇠를 열고 기름통을 가져가다 기름을 체인 톱에 넣었다. 그가 하늘 끝이 안보이는 아람들이 참나무 앞에 가서 전기 톱을 시동 걸었다. 부르릉 부르릉, 에애앵 톱날이 돌아가는 소리.
그가 한 아름도 넘는 굵은 참나무 줄기를 체인 톱으로 자른다. 먼저 수평으로 자르고, 자른 자리에서 몇 인치 위에서 비스듬히 아래로 자른다. 그가 힘이 들어 하기에 내가 전기 톱을 받아서 잘랐다. 나무가 쓰러질 쪽으로 삼각형의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톱질하던 반대편의 나무 등걸을 자르기 시작했다. “어어, 나무 쓸어지니 비켜서요!!” 그가 소리친다. 전기 톱을 들고 물러섰다. 거대한 참나무가 우지직 소리치며 쓸어진다. 다른 나무위로 쓸어진다. 우지직 뚝 뚝 뚝 꽈당 쿵. 가지와 나무가 부러지고 땅에 넘어진다. 내가 이렇게 큰 참나무를 자르다니, 신기했다. 내친 김에 나무 한 개를 더 잘랐다.
창고 앞 작은 빈 터에 시멘트 벽돌을 둥글게 세워 놓은 가운데, 떨어진 삭정이들을 모아 불을 피웠다. 그는 차에서 불 피우는 라이터와 버너로 불을 능숙하게 피웠다. 나는 삭정이들을 주어다 쌓았고, 삭정이 가지에 붙은 빨간 불꽃이 나무숲 그늘 아래서 날름거린다. 바닥에 깔린 낙엽들을 갈퀴로 긁어 모닥불에 넣으니 연기가 난다. 문득, 소백산 속에서 화전을 하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여기에 왜 땅을 샀어요?” 타오르는 모닥불 가 시멘트 벽돌에 앉아서 내가 물었다. “나는 나무와 수풀을 좋아해요. 여기 염소도 기르고 오리와 닭도 기르고. 작은 집도 짓고.” 그가 그런 말을 할 때, 노래가사가 생각났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이 봄도 산허리에 초록빛 물들었네/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 살으리라.”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가지 엮어 진흙 바른 조그만 집을 짓고/아홉 이랑 콩도 심고 꿀벌 통도 하나 두고/벌 잉잉대는 숲속에서 살겠 노라…” 빨간 불꽃이 날름대는 화덕 불 앞에서 그의 말을 들으니 예이츠의 시 구절 도 생각났다.
머지않은 미래에 도시가 그쪽으로도 확산되면 땅값이 올라 돈을 벌 계산이 그가 여기에 땅을 산 진짜 이유가 아닐까 추측했던 내 생각이 나의 착각 같았다. 의사로 미국 와서 병든 사람들을 도운 시절도 가고, 다 잘된 아들들도 제 구실을 하고, 병든 부인을 보살피는 지금 자신의 죽음도 생각하는 그가, 어려선 똥장군을 두 개씩 지고 다니며 밭에 거름을 주던 옛 시절의 귀소본능 때문에 울창한 숲이 우거진 땅을 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