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확신한 나머지 너무 일찍 세리머니를 한 스페인 경보 선수가 간발의 차로 메달을 놓쳤다.
라우라 가르시아-카로(29·스페인)는 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24 유럽육상선수권대회 여자 경보 20㎞ 결선에서 결승선 약 10m를 앞두고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일찌감치 3위를 확신한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스페인 국기를 목에 두르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그러나 곧 가르시아-카로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뒤따르던 류드밀라 올리아노브스카(31·우크라이나)가 포기하지 않고 속력을 높인 것이다.
환하게 웃으며 세리머니하던 가르시아-카로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지나치는 올리아노브스카를 발견한 뒤 다시 속력을 높였지만, 만회할 시간이 없었다. 영국 가디언은 “그의 얼굴에 공포감마저 서렸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결국 가르시아-카로는 1시간28분48초로 4위를 했다. 3위를 차지한 류드밀라 올리아노브스카(31·우크라이나)의 기록도 1시간28분48초였으나, 올리아노브스카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여자 경보 20㎞ 결승에서는 이탈리아의 안토넬라 팔미사모(1시간28분8초), 발렌티나 트라플레티(1시간28분37초)가 1, 2위를 차지했는데, 자국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독식한 이탈리아 선수보다 3·4위에게 더 관심이 쏠렸다.
가르시아-카로는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말 실망스럽다. 동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정신적인 회복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극적으로 동메달을 따낸 올리아노브스카는 대회 조직위원회를 통해 “여전히 전쟁을 치르는 조국 우크라이나를 위해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 내가 레이스 마지막까지 힘을 낸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5살짜리 아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나를 기다린다”며 “내 아들이 내가 메달을 따는 장면을 봤는지는 모르겠다. 우크라이나는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 인터넷도, 전기도 쓰기 어렵다”고 덧붙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