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한인 이민자들에게 각광을 받은 계(?)가 불경기를 맞아 여전히 높은 활용가치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이민자들은 비교적 문턱이 높은 은행이나 융자회사 보다는 주변 이웃이나 지인들이 제공하는 곗돈으로 정착에 큰 도움을 받았으며 최근 들어서는 계를 제도권 시스템이 활용하는 경우도 생겨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신문은 13세기 한국 농경문화에서 시작된 계가 상업 은행 구조에서 배제된 농민들에게 적잖은 혜택을 제공했으며, 한국전쟁 이후 자본의 지근거리에 있지 못했던 많은 상업인들이 활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인들이 미국에 이민해오면서 크레딧 점수가 충분하지 못해 목돈을 구하기 힘들었던 경우 계를 통해 필요한 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인들은 곗돈을 제때 내지 못하는 등 빚을 진다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여겼고 이런 배경이 한인사회에서 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70년대 자체 통계를 인용해 워싱턴 DC 지역 인근의 한인 소매업주들 중 50%는 각종 계를 통해 상부상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한인 은행들이 생겨나면서 SBA 융자와 다른 재정적 도움이 제도권으로 흡수되면서 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했다는 것.
샌타클라라카운티 휴고 메자 검사는 “한국 농부들이 백여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민자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의존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갔다”며 “남미 맥시칸과 치카노 이민자들도 유사한 시스템으로 서로 돕는 문화를 갖고 있으며 커뮤니티 은행들이 이를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요즘처럼 높은 이자율에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울 때 커뮤니티 차원의 계가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계는 단순히 돈을 모아서 빌려주는 형식뿐만 아니라 목적과 외적 형태, 기능 등을 달리하는 400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지사 최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