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 만들고 한 달 2회 세미나 개최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며 생활고로 목숨을 끊을까 고민하다 이곳을 찾았다. 미국의 선진적인 사회보장 시스템 하에서 장애 아동을 키우고자 하는 한국 가족도 이곳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장애가 있는 자녀의 삶은 부모의 정보력 여하에 따라 좌우된다. 이에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정보 공유 모임을 조직했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전미 장애 자녀 부모 모임’이 그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이한창씨가 작년 1월 개설했다. 입소문을 타고 현재 590명이 소속돼 있다. 이씨는 “가정당 1명씩 단체채팅방에 들어와 있으니, 590가정이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경험은 수많은 질문을 낳는다. 어느 주가 양육 환경이 좋은지,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해야 할지, 치료제의 투약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부모는 알 수 없다.
21세 자폐 아들을 둔 이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개인적으로 자녀를 키웠던 경험을 하나씩 문서화했다”며 “이 내용을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커 모임을 조직했다”고 전했다. 소아과 백신 접종 시기부터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 방안까지 발달장애 아동의 생애주기별 양육법을 모두 담은 백서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음악치료사, 가정상담사 등 다양한 전문가를 초청, 한 달에 두 번 세미나를 개최해 정보 공백을 보완한다.
‘전미 장애 자녀 부모 모임’ 단톡방 화면
단체채팅방 참가자의 5% 가량은 한국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장애 자녀와 선진 환경에서 살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왔으나, 적법 체류 신분을 받지 못해 자녀를 학교에 등록만 해두고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인의 사례도 적지 않다.
천경태 동남부 장애인체육회장은 “정착지원 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전문가 또는 현지인을 통해 공인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모 모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험사 매사추세츠 뮤추얼(매스 뮤추얼)에서 스페셜케어 재정전문가로 일하는 그는 부모모임에서 장애 자녀를 위한 신탁과 재정 설계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사적 모임이다 보니, 한계는 명확하다. 가장 큰 것은 장애인을 키우고 보호해야 할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쏠린다는 점이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이씨는 시차가 있는 서부 지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밤늦게 받는 일이 잦다. 그는 “한부모 가정이 생계 문제를 겪거나, 장애 자녀 돌봄에 치중하는 부모가 비장애 자녀와 갈등을 겪는 사연이 많다”고 전했다.
이한창씨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전미 장애 자녀 부모모임’에 공유한 뉴저지주 장애자녀 관련 정책 내용
▶카톡방=https://open.kakao.com/o/gPs3LTue
“장애인, 운동으로 근력·균형감 키운다” 14-15일 미주장애인체육대회
동남부서 48명 참여…19개 종목서 실력 겨뤄
귀넷 학생 11%가 장애…한인사회 관심 절실
한인사회는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하다. 벌써 42회를 맞은 동남부 한인 스포츠 페스티벌에 장애인이 함께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한 지 오래지만 통합은 요연하다. 여전히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는 차별적 단어로 부르는 교회 목사들도 적지 않다.
전미주 장애인체육대회가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14~15일 메릴랜드주 엘리콧시티 메도우브룩 체육관에서 가족, 봉사자를 포함해 48명의 동남부 한인이 모인다. 전체 참가자는 800명에 달한다. 선수들은 양일간 태권도, 골프, 스크린 사격 등 10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룬다.
동남부 장애인 체육회는 2018년 워싱턴DC에서 전미주 장애인 체육회가 발족되며 같은 해에 설립됐다. 매년 한국의 전국장애인체전에 미국 대표 선수를 파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언택트(비대면) 거북이마라톤을 여는 등 6년째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다.
두번째 체육회 개최를 앞두고 10일 천경태 동남부 장애인체육회장을 만났다. 최 회장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들 조셉 천(27)의 아버지다.
미국 이민을 와 융자, 부동산 업종에 종사하다 조셉 군을 낳고 아내와 함께 스페셜케어 보험 및 재정전문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보험사의 스페셜케어 부문은 장애 등 특수 지원이 필요한 이들의 재정 설계를 돕는 곳이다. 특수교육을 전공했거나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장애 아동 가족 등을 선별해 뽑는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한인 부모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장애 지원 혜택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귀넷 카운티에는 자폐증,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등 약 2만 명의 장애 학생이 있다. 전체 학생의 11% 가량이다. 천 회장은 “학교, 공공시설 접근에 있어 장애 학생은 비장애 학생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데 부모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애인의 운동은 돈 드는 취미라거나 타고난 영재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체육대회를 생각하면 많은 이들이 곧장 떠올리는 패럴림픽의 이미지 때문이다. 천 회장은 “지적 발달 장애인은 ‘스페셜 올림픽’ 선수”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패럴림픽과 함께 3대 올림픽인 스페셜 올림픽은 각 국가별 출전 선수를 추첨으로 뽑는다.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모두에게 동등한 출전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운동은 장애인이 선천적으로 약한 근력·균형감을 키워준다. 정해진 규율을 몸에 익히면 강박 증상이 수그러들어 사회화 효과도 있다. 조셉군은 3세부터 소프트볼, 실내 축구, 스키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다.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이지만 최근 만성 중이염이 심화되기 전까진 매일같이 수영을 했다. 천 회장은 “아버지(천정훈 씨)가 한국 축구선수였다”며 “나도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축구를 했지만, 못 이룬 국가대표의 꿈을 조셉을 통해 이뤘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