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열었다는 식당에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그 식당은 바비큐 전문 식당이라서 고기를 굽지 않는 저녁 식사는 없다고 했다. 식구들 중에 나만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 다른 식당을 찾아 옮겨가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족발이나 돼지고기 소고기를 안 먹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통풍이라는 병에 걸린 후이다. 전에는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족발을 좋아해서 사다가 놓고 매일 먹었다. 왼쪽 엄지 발가락 뿌리 부분이 붓고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통풍이라고 했다.
통풍 발작(gout attack)이 오면 부은 자리에 뭔가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걸을 수가 없다. 등산은 물론 집안에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통풍은 일주일쯤 지나면 나았다. 하지만, 통풍은 완치가 안되는 병이고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조심해야 한다.
어려서 시골에 살 땐 가난해서 고기라면 일년에 몇 번 못먹고 자랐다. 미국 와서는 은퇴하기 전까지 각종 고기를 포함해 풍성한 음식을 즐겼다. 은퇴하고 조지아로 와서 즐겁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동안 좋은 음식을 먹다 보니 통풍이 생긴 것 같다.
옛날에는 통풍을 제왕의 병이라 불렀다 한다. 군주 제왕들이 육식을 즐겨서 생긴 병이라고 했다. 혹시 내가 은퇴후에 놀기만 하면서 고기를 많이 먹고, 영양가 높은 음식들을 많이 먹어서 생긴 병이 아닐까? 내가 통풍이 걸릴 조건을 미리 알고 음식을 조심했더라면 통풍을 피해 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전에 살던 곳에서 돈 많이 번 한국사람들이 당뇨병에 걸린 모습을 여러 명 보았다.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나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기쁜 일이 있어도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 당뇨병에 걸리는 것 같았다. 은퇴하고 제왕처럼 음식을 즐기다가 생기는 통풍을 그 땐 왜 생각을 못했을까?
통풍에 관해서 정보를 찾아보니, 통풍은 피 속 요산이라 불리는 물질이 높은 수치로 몸 안에 축적될 때 일어나고, 요산이 바늘 모양의 결정체들이 관절 내부와 주위에 형성되어 자극을 주면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다고 한다.
요산은 퓨린이라 불리는 영양소에서 만들어 진다. 은퇴하고 나서 놀면서 내가 즐기던 음식물들 속에 퓨린이 많이 들어있음을 발견했다. 맥주를 즐겼다. 돼지족발, 불고기, 돼지고기, 고등어, 새우, 조개, 굴 등 내가 좋아한 퓨린이 많은 음식들이다. 그래서 통풍이라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시간을 되 돌릴 수만 있다면 통풍이라는 병에 걸리기 전으로 돌아가서, 맥주는 물 마시듯 자주 마시지 않고 가끔씩 마시고, 족발을 비롯해서 고기들은 가끔씩 먹어 몸의 영양상태에 균형을 잡았을 것이다.
맥주는 완전히 끊었다. 족발이나, 돼지고기, 소고기도 끊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고등어도 끊었다. 그렇다고 소처럼 풀만 먹지는 않았다. 흰자질 보충을 위해서 계란, 동태, 연어를 먹는다.
30년 이상 아침 식사로 먹던 오트밀도 끊었다. 귀리 속에도 퓨린이 많다고 해서 끊었다. 큰 손녀가 그런 나를 보고 놀라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가 소개해서 손녀도 오트밀을 즐겨 먹어왔는데, 내가 통풍때문에 끊었다고 하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오트밀은 건강식이다. 오트밀을 끊은 것은 내 과잉 반응인지 모른다.
신향만이라는 한국 할아버지가 캘리포니아에서 100세에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서 화제가 됐다. 필기 시험에도 합격하고, 색맹을 포함한 시력 검사에도 합격하고, 청력 검사도 합격하고, 앞으로 걷고 뒤로 걷는 보행 검사에도 합격하자, 운전면허국 직원들이 환호했다고 한다. 100세에 미국 운전 면허를 딴 첫번째 한국인일 것이다.
그 할아버지가, 40대부터 음식을 조정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근육강화운동과 걷는 운동을 하게 된 동기는 당뇨병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40대에 당뇨병에 걸렸기 때문에 100세에 운전 면허를 땄다고 한다. 40대에 당뇨병에 걸렸을 때는 그 병을 재앙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뇨병을 고마워하지 않을까?
“오빠는 건강해서 100세까지 살 거야!” 나 에게도 그렇게 말하는 이웃도 있다. 만약 내가 내 나이에 비해서 건강 하다면, 그것은 통풍 때문에 과식을 피하고, 내게 맞는 음식을 찾아 먹고 부지런히 운동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제발 그래서 나도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