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라는 말이 있다. 경각(頃刻)이란 아주 짧은 시간을 뜻한다. 따라서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어떤 사람이 곧 몇 분안에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라는 뜻이다. 개화되기 이전 한국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경우에는 아마도 동네 가장 가까운 의원을 부르러 가거나 혹은 환자를 둘러업고 의원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경우에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구급차를 타고 병원의 응급실로 가야 할 것이다. 의료 시스템에서는 응급(Emergency)이라는 말 이외에도 긴급(Urgent)이라는 용어도 쓴다. 이 두 가지 용어의 구별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메디케어 시스템에서는 이 두 가지 용어가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황급희’씨는 몇 년 전부터 오리지날 메디케어 혜택 (파트 A 및 파트 B)을 받고 있으며, 메디케어 파트 C에도 가입하여 메디케어에 관한 한 혜택을 그런대로 누리고 있다. 젊은 날에 세금을 꼬박꼬박 냈던 결실을 지금에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황급한’씨는 어두운 곳을 황급히 가다가 발목을 삐게 되었다. 처음에는 통증을 얼마 정도 참을 수 있었지만, 퉁퉁 부어 오르는 발목을 보자 ‘황급희’씨는 더럭 겁이 나면서 통증이 심해 오는 것 같아 남편에게 병원의 응급실로 데려가달라고 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니 한결 마음이 진정되었다.
집에 와서 메디케어 파트 C에 가입할 때 보험전문인이 준 혜택서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니 응급실 사용 시의 코페이가 90달러로 적혀 있는 것을 보고 “90달러만 내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 병원에서 날아온 병원비 청구서가 문제였다. 병원비 청구서에는 엄청나게 많은 액수를 ‘황급희’씨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전화하여 알아보니 ‘황급희’씨가 발목을 삔 것은 응급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치료시의 코페이’만 내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액수를 ‘황급희’씨가 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 측의 설명에 의하면, ‘황급희’씨가 발목을 삔 것은 ‘응급상황’이 아니라 ‘긴급상황’이라고 덧붙여 설명해 준다. 도대체 ‘응급’과 ‘긴급’이 무엇이 다르기에 ‘황급희’씨의 경우와 같은 상황이 생길까?
의료시스템에서는 ‘응급’과 ‘긴급’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놓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응급상황’ (Emergency)이라는 것은 목숨을 구해야 하는 상황 혹은 팔다리 절단을 피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고 한다. 즉, 목숨이 위태롭다고 생각되거나 팔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의 응급실로 가라는 것이다.
반면에 그 이외의 급한 경우에는 ‘긴급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근무시간에는 일반 병원에 가야 하지만 근무시간 이외에는 Urgent Care Center라고 별도로 지정된 병원을 찾아 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이 용어에 대한 정의와 판단이 매우 애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 자신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 같이 분명히 느꼈었다”라고 주장하면 그렇지 않다고 증명할 길이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 “배가 몹시 아파 꼭 죽을 것 같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말이다.
공통으로 인정되는 응급상황을 몇 가지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심한 하복부 통증, 끊임없는 구토, 설사, 출혈, 갑작스런 심한 두통, 심한 화상, 뼈의 골절, 갑작스런 시력상실, 졸도, 발진성 고열 등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상황은 대부분 ‘긴급상황’에 해당한다고 한다. 발진 없는 고열, 염좌(삠), 소변시 통증, 평상시의 설사, 구토 등이다.
응급과 긴급의 차이점을 평상시에 잘 구별하여 두면 비상 상황 발생 시 공연히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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