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공병대 “제공된 정보 없었다” 반박
주정부·시 당국 ‘겉치레 심사’ 도마위에
오는 10월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HMGMA)가 공장 설립 허가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조지아 주정부와 사바나 시 당국이 투자 유치에 급급해 ‘겉치레’ 심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환경단체 ‘오지치 리버키퍼’(ORK)가 메타플랜트의 설립 허가 절차가 용수 사용 등에 대한 적절한 환경영향 평가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자 육군 공병대(USACE)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셰리 프리차드 육군 공병대 사바나 지부 대변인은 26일 지역매체 사바나 모닝뉴스에 “메타플랜트 인허가 과정에서 수자원과 관련된 환경 평가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립 톨리슨 사바나 경제개발청(SEDA) 청장 역시 “사바나 항만 인근 공업용수 공급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USACE가 아닌 조지아 환경보호국(EPD) 소관”이라고 주장했다.
육군 공병대는 지난 2022년 환경영향평가에서 현대차 공장 건설이 “지역 상수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올해 초 메타플랜트 측이 대규모 지하수 취수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사회에서 사바나 유역의 식수 오염, 지하수 수위 저하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환경단체 ORK는 공병대가 의도적으로 해당 내용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행정소송 제기 의향을 밝혔고, 공병대 측은 관련 정보가 없었다고 반박한 것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세운 2500에이커 공장에 공업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인접한 블록카운티의 급수전 4곳에서 하루 최대 665만 갤런의 지하수를 뽑아 쓴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메타플랜트를 북미지역 전기차 생산의 핵심 기지로 삼고, 차량 부품과 배터리 등 전동화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장 가동을 당초 내년 상반기에서 앞당겨 오는 10월부터 가동, 아이오닉5 차량부터 생산한다.
조지아에 건설 중인 현대차 전기차 공장. 조지아 주지사실 제공
▶핵심은 수질오염방지법 준수=1972년 발효된 연방 수질오염방지법(Clean Water Act)에 따르면 수자원 관리 책임은 주정부에 있다. 하지만 공장 인허가 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식수 공급과 수질 보존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는 업무는 USACE에 맡겼다.
USACE는 공장 건립 최종 허가 5개월 전에 급수전 4곳을 추가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사바나 모닝뉴스는 지적했다. 주 환경보호국은 급수전을 새로 설치할 경우 플로리다 대수층의 지하수 수위가 최대 19피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근 농업 용수 급수전은 12피트, 주택용 급수전은 15피트까지 수위가 낮아진다.
더욱이 수질오염방지법은 하천과 그 주변 습지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을 지정, 운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메타플랜트 부지의 300에이커 이상이 습지 구역이다. ORK측은 “(메타플랜트) 인근 지역의 작은 하천과 샘은 이미 수십 년간 가뭄에 시달려왔다”며 “대규모 지하수 추출은 수역 보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아주 에핑햄 카운티에 위치한 에버콘 크릭. 사바나시 제공
▶사바나 수자원이 중요한 이유=조지아주는 동남부 카운티 9곳을 연안지역으로 분류한다. 조지아의 연안 지역은 최근 수년간 브런즈윅 항구와 사바나를 중심으로 물류산업과 제조업이 크게 발전했다. 2020년 71만 5000명에서 불과하던 해안 지역 인구는 향후 40년 동안 29만 8000명이 늘어 2060년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지역이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사바나 시는 공업 및 주거 용수 대부분을 사바나 강의 지류인 애버콘(Abercorn) 계곡에서 끌어다 쓴다. 해안 지역에서 바닷물을 과도하게 끌어쓸 경우 지하수를 품은 지층(대수층)으로 염분이 들어와 식수가 오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 및 주거지로만 이용됐던 토지가 최근 물류 창고와 산업 용지로 개발되며 수질 위협도 심화되고 있다. 조지아주 정부는 지역 경제의 꾸준한 발전을 위해선 수자원 관리가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2011년 조지아 해안지역 수자원 계획 협의체를 설립, 2060년까지의 중장기적 용수 공급안을 연구하고 있다.
투자유치 급급해 지역사회 뒷전 “먼저 짓고 나중 해결하자는 식”
“졸속 정책, 모두 현대 이름으로 발표돼 지역 주민들 비판”
제니퍼 힐번 환경운동가. 본인제공
조지아 해안보존 비영리단체 원헌드레드마일스에서 브라이언·채텀·에핑햄 카운티를 담당하는 제니퍼 힐번 활동가는 24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주정부와 시정부가 대기업 유치에 급급해 상수원 보호는 뒷전에 뒀다고 비판했다.
힐번 활동가는 “다른 지방 정부(블록 카운티)에 물을 빌리는 현 상황에 처할 때까지 정부는 메타플랜트와 배터리, 부품 등의 공장들에 공업 용수를 공급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로지 현대차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상수도 사업 참여를 장려하는 ‘수도 민영화’ 법이 올해 주 의회에서 졸속으로 통과된 점도 꼬집었다.
주 의회 상원은 지난 3월 지자체가 충분한 상수도 공급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지자체 허가 없이도 민간이 직접 수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HB 1146)을 제정했다. 법안 통과 전 공청회에서 엘라벨 시의 주민 크리스틴 스탬퍼는 “상하수도, 도로 등 인프라를 마련하고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현대차는 ‘먼저 짓고 나중에 해결하자’는 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개발 당국이 수도와 주택, 교통, 인력 등 지역사회가 전혀 준비하지 못한 인프라를 현대차에 성급히 약속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졸속 정책이 모두 ‘현대’의 이름으로 발표된 탓에 지역 주민들은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그룹 ‘이것은 물에 대한 것이다'(It’s about WATER!!!)에는 현재 메타플랜트 건설을 반대하는 브라이언 카운티 등지 주민 2800명이 가입돼 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