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제 붕괴시켜” vs 트럼프 “인플레로 죽어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정면으로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없이 바로 시작된 토론에서 경제 문제와 관련, 트럼프 정부 때의 경제에 대해 “미국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다”면서 “(코로나) 대유행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무너졌다”면서 “일자리가 없었으며 실업률이 15%까지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8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부각한 뒤 “아직 해야할 일이 더 있다”고 자신의 재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바이든 대통령)가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매우 형편없게 대응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우리 나라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계 최고 경제였다’는 발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뿐이다”면서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감세를 했으며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제외하고 임기 중 어떤 대통령보다 더 큰 재정적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024대선 첫 TV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테러리스트에 국경 개방” vs 바이든 “근거없는 거짓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정책과 관련, “그(바이든 대통령)는 국경을 넘도록 허용한 사람들에 의해 많은 젊은 여성이 살해됐다”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경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바이든 대통령)는 국경을 감옥, 정신병원, 테러리스트 등에게 개방했고 그들(불법 이민자)은 여성들을 강간하고 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에 사실상 빗장을 건 최근 행정조치를 언급한 뒤 “지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40%나 줄었다”면서 “그가 백악관을 떠났을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 때의 불법 이민 대응 정책과 관련, “아이들을 엄마한테서 분리하고 철창에 가뒀으며 가족을 분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불법 이민자)을 환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고 말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그는 과장하고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을 뒷받침하는 아무 데이터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바이든 “낙태권 제한 끔찍” vs 트럼프 “州별로 결정”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토론에서 낙태 문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이 한 것은 ‘끔찍한 일'(terrible thing)”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연방대법원 인적 구성이 확고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가운데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앤 웨이드’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지난 2022년 6월 폐기하도록 결정한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로 앤 웨이드’ 판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주지사가 재임하던 주에서 임신 8, 9개월의 태아, 심지어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주(州)별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라면서, 낙태약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며, 대통령이 되면 낙태약에 대한 접근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중간 휴식 시간에 스튜디오를 걷고 있다. 로이터
바이든 “우크라안보 미국에 중요”…트럼프 “푸틴종전안 수용불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고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이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2억달러 이상을 지원했다면서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가 미국에 올 때마다 600억달러를 받아 간다. 그는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난 내가 1월 20일 취임하기 전에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푸틴과 젤렌스키 간에 전쟁을 끝내도록(settled) 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소유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포기하면 전쟁을 끝내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냐는 질문에 “아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바다(대서양)가 있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더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타 사교 클럽 학생들이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전쟁범죄자”라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만족하지 않고 폴란드와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나토 동맹들은 우리만큼이나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그게 우리가 강력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난 이처럼 어리석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이 남자는 나토에서 탈퇴하고 싶어 한다”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개 다른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그들은 이게 전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이 전쟁을 끝낼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고서 “그는 팔레스타인 같아졌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마이애미행 델타 항공편에서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있는 승객들. 로이터
바이든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기후변화법안 통과”…트럼프 “녹색 사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TV토론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계획을 묻는 말에 “나는 절대적으로 깨끗한 물과 공기를 원한다”면서 “내 임기 4년간 최고의 환경 관련 지표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는 환경을 위해서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을 되돌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거론하면서 “저는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기후 변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 결정에 대해 “그것은 우리에게 1조 달러를 부담시킬 수 있는데 중국, 인도, 러시아는 아무것도 안 한다”라면서 “나는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관련 정책을 “새 녹색 사기”라고 재차 주장했다.
무청중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기자들이 별도로 마련된 스핀룸에서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정당하면 선거 승복” vs 바이든 “받아들일지 의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앞서 토론했던 러시아 문제 등에 대해 동문서답식으로 장황하게 이어가다 ‘네, 아니오로 답해 달라’는 사회자의 압박에 ‘만약 그것이 공정하고 적법한 선거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러나 선거 사기와 모든 것들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바이든이 끔찍하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다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아마도 기소도, 어떤 정치적 보복도 없이 다른 장소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형사 기소)이야말로 그가 생각하기에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한 4건의 형사 기소가 자신의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의 연장선에 있는 발언이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불행히도 그로 인해 내 지지율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어떨지 보자”며 “당신이 첫 번째로 패배했을 당시 당신은 미국 전역의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지만, 단 한 개의 법정에서도 당신의 선거사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에는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당신은 투덜이(whiner)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김정은 애지중지”… “김정은, 바이든 두려워하지 않아”
TV 토론에서는 한국이나 북한 등 한반도 관련 소재도 ‘소환’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각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토론에서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약해졌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먼저 꺼내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다. 우리는 우리의 약속을 지키는 나라이며 우리의 모든 동맹을 비롯해 모두가 우리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트럼프)가 연애편지를 쓴 김정은부터 푸틴 등까지 그가 애지중지(coddles up to)하는 이들은 (감히) 우리한테 해코지를 하려고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서신을 연애편지라고 소개하는 등 독재자들을 높게 평가하고 그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미국이 쇠락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3차 세계 대전에 매우 매우 가까워졌고 그(바이든)가 우리를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의 김정은, 푸틴(러시아 대통령) 이들 모두 그(바이든)를 존경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신사와 아무것도 하는 게 없으며 그는 우리를 3차 대전으로 내몰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유세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나약한 리더십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존경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토론에서 두 후보가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한 것 외에 북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진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토론에서 경제에서 한 차례, 안보에서 한 차례 등 한국을 두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힘겨운 업무를 수행하는 데 고령에 따른 건강 우려가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항변하면서 한국 방문을 언급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 치적을 강조하며 “한국에 갔다”며 “삼성전자가 여기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경시 태도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소극적 자세를 비판하면서도 한국을 입에 올렸다.
그는 “저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며 “나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50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도록 했는데 그건 이들 국가가 이번 혼란이 세계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