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범인 20년뒤 풀려날수도
검사장선거 앞둔 정치적 압력 주장
“정의 실현 위해 도와달라” 호소
1년 전 LA인근 다이아몬드바 지역 해피홈케어에서 한인 시니어 2명을 살해한 중국계 간병인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유가족들은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한인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24일 요양원의 중국계 직원 지안천 리(41)가 모니카 이(75)씨와 박희숙(83)씨 얼굴에 비닐백을 씌우고 목에 테이프를 감아 질식사 시킨 사건이다.
유가족들은 현재 조지 개스콘 LA카운티 검사장이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용의자를 조기 석방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숨진 박희숙 씨의 셋째 아들인 제이 박(50)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사건을 담당하는 카운티 검사로부터 범인이 20년 후에 가석방되도록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두 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을 일찍 풀어주려는 이유가 정치적이라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조지 개스콘 검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범인을 두 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며 “올바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4일 살인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해피홈케어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KTLA 보도 화면 캡처
유가족의 이러한 주장은 기소와 관련한 특별 승인에 기인하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유가족은 형사 재판에서 범인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기소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특별 승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의 내부 압력으로 인해 담당 검사가 오는 11월 용의자의 변호인단과 가석방이 가능한 징역형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LA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용의자에 대한 예심은 오는 8월 8일에 진행된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LA카운티 검찰에 심리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답변을 요청했지만 1일 현재 받지 못한 상태다.
박씨는 “담당 검사가 범인이 수감 생활을 착실하게 하는 모범수라 가석방 대상이 된다고 했다”며 “이미 유사한 사건으로 3명을 살해한 범인이 가석방이 가능한 징역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씨는 “현재 사법 시스템은 아시안 시니어의 희생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해피홈케어 역시 사건 발생 이후 벌금 조치만 받았을 뿐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에 박씨는 해피홈케어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박씨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한식을 제공한다는 설명에 어머니가 입원했다가 어처구니없이 살해당했다”며 “노인을 돌본 경험도 없고 합법적인 자격도 없는 사람을 채용한 해피홈케어는 수백 달러의 벌금만 내고 다시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박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고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인 커뮤니티에 부탁했다.
해피홈케어. 구글 맵 캡처
“2명 피살된 요양원 정상 영업 말되나”… 해피홈케어 유가족 인터뷰
벌금부과만…추가 조치 없어
힘없는 시니어 억울한 죽음
연루자 합당한 처벌 받아야
다이아몬드바에 있는 요양시설 해피홈케어에서 거주하다 간병인 직원에게 목 졸려 피살된 박희숙씨의 셋째 아들 제이 박(50)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박씨는 “마침 그날 어머니를 모시고 의사를 만나러 가야 해서 해피홈케어에 갔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내 눈앞에서 발생했다”고 허망해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나.
“어머니 주치의와 진료 약속이 잡혀 있어서 그날 아침 일찍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해피홈케어에 갔다. 그런데 직원이 문 앞에서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았다. 경찰은 건물 주위에 줄을 치고 지켰다. 밖에서 계속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안 됐다. 설마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어떻게 알게 됐나.
“경찰들이 휠체어 등 여러 가지 물건을 밖으로 가지고 나왔는데 눈에 익었다. 어머니가 사용하던 물건 같았다. 그런데 앰뷸런스가 오더니 시니어 4명을 태우고 갔다. 그 속에 어머니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계속 밖에서 기다렸다. 밖에서 한 4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직원이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돌아왔다. 집에 오니 형사한테 연락이 왔다.”
-해피홈케어는 어떻게 입주하게 됐나.
“에이전시의 소개로 알게 됐다. 어머니는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에 있는 너싱홈에서 2년 넘게 지냈었다. 그곳은 200명이 넘는 시니어들이 거주하는데 개인적인 돌봄이 충분하지 않았고 사고도 있었다. 에이전트가 해피홈케어는 입주자가 적어서 더 잘 돌보고 음식도 한식으로 제공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며 소개해 이전을 결정했다. 어머니가 메디케어를 갖고 있어서 이전하는데 돈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옮긴 지 6개월도 안 돼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후 1년 만에 인터뷰하는 이유는.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장례 치르고 검찰청에 다니고 변호사 만나러 다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1년이 지났다. 그런데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검사는 범인이 가석방될 수 있다고 했다. 범인이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도록 힘들게 절차를 밟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풀어준다는 게 너무 허무했다. 힘없는 시니어, 늘 말없이 조용히 지내는 아시안이 사망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해피홈케어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직원을 잘못 채용해서 벌어진 일인데 몇백 달러의 벌금으로 없던 일이 됐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아나.
“사고가 발생한 후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랬다가 최근 정신을 차리고 당국에 신고했더니 설명을 해주더라. 담당자는 사건 발생 후 신고가 자동으로 접수돼 조사했고 벌금을 부과했다고 했다. 별도의 추가 조치는 없다고 했다. 시설에서 사람이 2명이나 죽었다. 그런데 벌금부과로 끝나는 게 말이 되나. 정부의 행정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하고 싶은 말은.
“두 명의 한인 시니어가 이유 없이 살해됐다. 형사 사법 시스템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에 유가족들은 절망하고 있다. 우리는 이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 피해자를 위해, 정의를 위해 한인 커뮤니티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LA지사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