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에 공원을 걷는 모임에 참여하려고 좀 일찍 도착했다. 파킹장에 차를 세우고 같이 걷는 분들을 기다리는데, 한쪽 야구장안을 맨발로 걷는 남자분이 보였다. 한국에는 맨발로 걷는 붐이 일었다는데, 미국에도 맨발로 걷는 분이 있구나, 호기심이 생겼다.
맨발로 걷는 분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50~60대의 동양사람이다. “한국분이 세요?” 내가 물었다. “예, 한국 사람입니다.” “야구장이 맨발로 걷기에 아주 좋은 땅 같아요!” “아주 좋습니다. 돌도 없고, 맨발로 걷기 좋아요. 한국에 다녀왔는데, 한국엔 맨발 걷기 힐링 스쿨도 있고, 맨발로 걷는 황토길도 많고, 맨발 걷기 붐이 일었더라고요.”
오늘은 공원길을 같이 걷는 대신 나 혼자 야구장 안을 맨발로 걸어보겠다고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철조망으로 둘러 싸인 커다란 야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선수들 대기실에 신발과 양말을 벗어 놓고 야구장으로 나가서 걷기 시작했다.
철조망을 따라 야구장을 맨발로 걸어 나가 풀밭을 걸었다. 발바닥이 맨땅에 서툴렀으나, 풀잎에 서린 아침 이슬이 발을 시원하게 한다. 발가락들이 오랜 동안 신발 감옥 안에만 감금되었다가 해방된 듯 흙과 풀잎들과 이슬을 스치는 감각이 생생하다. 야구장을 여섯 바퀴를 돌며, 처음부터 무리하면 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걷기를 중지했다. 발가락들이 탱글탱글 살아나는 기분이다. 발을 닦고 양말과 신발을 신고 걷는 분들에게 합류했다.
인터넷에서 맨발 걷기의 효과를 찾아보았다. 맨발 걷기를 주제로 의사들을 포함한 전문인 들이 현대화한 기술과 기계로 맨발 걷기 효과를 측정한 연구 결과들도 많다. 맨발로 걸어서 여러 말기암을 완치했다는 주장도 많다. 한국엔 마을 단위로 시 단위로 맨발로 걷는 황토길을 만들고 숲길을 만들어 시민들이 맨발로 걷도록 돕는다.
사람의 발 한 개는 26개의 뼈, 33개의 관절, 20개의 근육과 42개의 인대 로 이루어진 섬세하고 복잡한 구조이며, 우리 몸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수많은 내 몸의 운동을 발이 참여한다.
발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발에 양말과 신발을 신겨 과보호하면서도 혹사하여, 원래의 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없어서 오는 부작용들이 있다고도 한다. 꽉 조인 신발속에서 오랜 세월 쪼그라든 내 발가락들을 보니, 과보호로 자라나서 제 구실 못하는 자손들을 연상시킨다.
맨발 걷기의 건강 효능 연구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 체지방이 줄어 든다. 발 골격 근육이 생긴다. 몸의 균형감각을 높인다. 스트레스 지수가 줄어든다. 항 산화능력과 면역력이 늘어난다.
발은 제 2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발과 종아리의 근육이 늘어나고 수축할 때 정맥피를 심장으로 밀어 위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발은 심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심장 아래에 있어 동맥 피가 발로 가기는 쉬우나 심장으로 올라가야 하는 정맥피는 발과 종아리 근육들이 수축할 때 올라가는 것을 돕는다. 맨발 걷기는 발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 피돌기를 돕는다.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 걷기가 면역력을 높이는 이유를 지압효과와 접지효과(Earthing)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 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아치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면서 발 밑에서부터 피를 잘 돌게 돕는다고 한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인데, 우리 몸에 3~6볼트의 양전하가 흐르고 땅과 맨발로 만나는 순간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된다.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고 한다. 활성 산소가 우리를 늙게 하는 주범이라는 것은 건강 상식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까지는 시골 살면서 검정고무신을 신었고 땀이 나서 미끈거리면 맨발로 걸었다. 서울에서 바쁘게 살 땐 늘 신발을 신었고 발에 무좀을 앓았다. 미국 와서 사는 동안 족저근막염을 앓아 쿠션이 좋은 깔창을 신발 안에 깔고 살았다. 신발을 벋고 양말을 벗으면 하얀 발이 유난히 작아 보이고 특별히 발가락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쪼그라든 것 같았다. 왼 발 엄지 발가락 매듭은 통풍을 앓고 있다.
칸쿤 여행 갔을 때 하얀 바닷가 모래밭을 맨발로 걸으니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의 감촉이 그렇게 좋아, 하루 종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을 걸었다. 오랫동안 양말과 구두 속에 감금되었던 발들이 감옥을 탈출한 느낌이었다. 모래를 큰 박스에 담아서 집에 놓고 맨발로 제자리 걸음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아침마다 스트레칭 운동을 해 왔는데, 손가락을 발가락 사이에 끼고 뒤로 구부려 발바닥을 늘리는 운동과, 까치발로 서서 하는 운동도 첨가했다. 동네 야구장을 걸어도 되는지 알아보고, 어디 안전한 곳을 찾아 맨발로 걷는 기회를 늘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