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오이드가 타이레놀과 다른 점” 가르쳐
조지아주 존스크릭 시의 고등학생 A는 약물 의존 증세가 있다. 처음은 학교 생활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달래기 위해(85.7%) 약을 찾았다. 친구들과 파티에서 어울리려고(78.6%) 할 때도 있다. 집에서 훔치거나(97.7%), 친구가 건넨(90.7%) 약들이다. 복용하는 약물은 주로 각성제(95.2%)이지만 안정제(81.0%)나 진통제(78.6%)도 종종 먹는다. 약을 건넨 친구 중 몇몇(39.5%)은 약을 처방받을 때 의사에게 복용시 주의사항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
의학 지식 없이 이 약, 저 약을 섞어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절반의(55.8%) 학생이 오피오이드계 약물 해독제인 나르칸(성분명 날록손) 사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응급 처치 결과에 책임을 묻지 않는 법)을 모르는 일부 학생들(23.3%)은 또래 구조를 꺼리기도 한다.
약물 및 알코올 중독 예방단체인 ‘원존스크릭’의 2023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교외 지역 고등학생의 보편적인 약물 중독 과정이다. 14~18세의 고등학생은 현재 마약으로 인한 사회문제의 가장 큰 위험 그룹으로 꼽힌다. 성장기 10대의 뇌는 중독 영향을 더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계적 예방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은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 우울증, 불안강박 등을 잠시 잊으려 마약류 의약품을 찾거나 집단 투약을 일종의 놀이문화로 즐길 확률이 높다.
약물로 인한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고등학생들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다. 존스크릭 시의 학생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클리어 마인즈’팀이다.
팀을 이끈 리더는 한인 학생 박준희 양(17·존스크릭고교 11학년). 이들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연결고리에 집중했다. 박 양은 “고등학생이 직접 중학교의 건강 수업에 강사로 참여, 오피오이드가 뇌에 끼치는 위험한 영향을 설명하는 프로젝트”라고 요약했다.
6명의 고등학생이 인근 테일러로드, 웹브릿지 중학교의 6~8학년 학급 3곳에서 직접 강연했다. 극단적인 사망 사례를 들어 겁을 주진 않았다. 6학년 수업에서는 의사와의 면담법, 적정 복용량 등 올바른 약 복용법에 초점을 맞췄고 7~8학년은 오피오이드 약물이 몸에 미치는 화학 작용을 꼼꼼히 풀어냈다.
그는 “마약을 뉴스의 단편적인 보도로만 접하다 보니, 처음엔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며 “오피오이드가 타이레놀 계통의 해열진통제와 뭐가 다른지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고 전했다.
‘클리어 마인즈’팀이 중학교에서 오피오이드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연에 필요한 의학적인 지식은 중독 예방단체 패스웨이즈투라이프(Pathways2Life)의 켄달 맥마이클 예방 전문가가 가르쳤다. 그는 “중학교 보건 수업에 고등학생을 훈련시켜 투입하는 시도는 처음”이라며 “또래 교육은 10대 청소년이 스스로 약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본인의 주체적 결정을 돕는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등학생은 사회 문제를 푸는 ‘솔루션’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중독 위험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마리화나와 약물 오남용, 불법 음주 연령대를 묻는 질문에 중학생 응답자는 각각 53%, 35%, 40%뿐이지만, 고등학생은 94%, 86%, 92%로 두 배 가량 뛴다.
맥마이클은 “10~12학년 사이 대부분이 파티 또는 교내 화장실에서의 흡연 또는 약물 사용 경험이 있고, 이 경향이 또래 그룹의 새로운 규범이 됐다”고 밝혔다. 약물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고등학생이 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패스웨이즈투라이프는 이번 교육 경험을 토대로 내달 새 학기부터 오피오이드 교육을 넓혀 약물 안전과 음주, 베이핑(전자담배 흡연) 예방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그는 “또래 집단에 약물 오남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향후 이들이 마약 관련 사회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